▲평화는 이렇게사랑방에 동그랗게 둘러 앉아 하하 호호 하며 서로 살리는 사이에 깃들어
로라네 언니들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뽑은 올해 상반기 평화 책에는 <누가 진짜 엄마야?>란 그림책이 있다. "누가 진짜 엄마야?"는 여성과 여성이 만나 빚은 가정에 사는 아이에게 놀러 온 다른 집 아이가 던진 물음이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어울려 서로 살리는 사이인 식구에 담긴 참뜻을 바로 헤아리면 장애가 있든 없든 정체성이 같든 다르든 가리지 않고 어울릴 수 있다. <솥 굽는 마을>이 품은 평화는 '식구 이루기'이다.
연주를 마친 아이들에게 평화를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빛깔, 사랑, 나무, 무지개, 지구, 태양계, 비빔밥, 집밥, 밥심, 먹는 것, 기쁨, 여유, 안전, 친구, 동생, 침대, 이불, 멍때림, 조용한 지금 따위가 줄을 잇는다.
빛깔이나 무지개를 얘기하는 아이는 여러 빛깔이 어울리니 평화롭다고 하고, 비빔밥이라는 아이도 두루 섞여 맛을 이루어 그렇다고 한다. 아름드리나무도 떡잎부터 생겼듯이 평화는 그렇게 싹을 틔우고 키워가야 한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들이 해를 따라 돌듯이 원심력과 구심력이 균형 잡혀야 평화로울 수 있다는 아이도 있고, 서로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 아이도 있다.
아이들이 가리키는 평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꼬마평화도서관 바라지이 늘보는 '나'에 'ㅁ'을 받친 '남'은 나를 받쳐주고 아우르는 이라고 받아들여야 평화로워질 수 있다며 입을 연다.
입고 있는 옷이며 쓰고 있는 안경, 아침에 먹은 밥, 교과서와 공책, 우리가 살아가며 쓰는 것들 대부분 보도듣도 못한 남이 만들었다. 또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나무와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산소를 들이마시는 사람은 서로 남이다. 교실에서 우리를 아우르고 받쳐주는 선생님, 서로 북돋우며 노는 동무, 모두 나를 살리는 남으로, 나 또한 다른 이에게는 받쳐주고 아울러 살리는 남이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그 자리에 어울림이 깃들며 어울려 살림이 곧 평화다. 삶과 죽음이 맞서듯이 '살림'은 죽임에 맞서는 말로 어느 말보다 뜻이 깊다.
평화를 엉뚱하게 말할수록 좋다고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도 나왔다. '청소기' 또는 '전쟁'이나 '승리'가 평화라고 한 아이도 있다. '평화는 청소기'라고 한 아이는 먼지가 쌓이면 전쟁터 같은데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깨끗해지기 때문이란다. 전쟁이나 승리를 떠올린 아이들은 안보를 지켜야 평화가 온다고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싸워서 이기면 평화로워질 수 있을까? 진 쪽은 어떠할까? 또 부모 형제를 잃고 이긴 전쟁은 평화를 가져다줄까?' 싶은 늘보는 군대를 없애고 영세중립국이 되어 평화로워진 코스타리카 이야기를 꺼낸다.
군대를 없애고 그 돈으로 학교를 세워 누구나 고르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병원도 세워 아픈 사람을 보듬은 나라 코스타리카에는 철조망이 없는 교도소가 있다. 사람끼리만이 아닌 자연하고도 평화로우려고 30%가 넘는 나라 땅을 숲으로 만들었다. 동물을 학대하지 않으려고 2025년까지 동물원도 없애기로 했다. 세계 평화대학이 있고 평화기구가 남달리 많은 코스타리카 아이들은 평화를 인권·민주주의·생태를 두루 아울러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