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준 부경대 교수가 함안보에서의 '녹조 특강'이 끝난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병기
['독'의 영향] 코끼리 떼죽음, 먼나라 이야기 아니다
특정 남세균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만이 아니다. 노둘라린 (Nodularin), 삭시톡신 (Saxitoxin), 아나톡신(Anatoxin), 실린드로스퍼맙신(Cylindrospermopsin) 등의 시아노톡신도 생산한다. 이중 담수 환경에서 관심 받는 게 마이크로시스틴인데, 미국은 이와 함께 삭시톡신과 실린드로스퍼맙신 등도 모니터링한다.
이 교수는 "독성물질이 감기 증상처럼 빨리 나타난다면 누구라도 신경을 쓰는데, 긴 시간동안 천천히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시스틴은 특히 간 질환과 종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아노톡신은 몸에 들어오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시작해 간에 영향을 주고, 무기력증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체내에 축적돼야 유해할까? 그는 식품 첨가물 안전성 실험에 활용되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입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했을 때 몸무게(kg)당 5mg이 넘어가면 동물 절반이 죽습니다."
이 말을 듣고, 얼마 전 언론에 소개됐던 충격적인 사진이 떠올랐다.

▲ 2020년 5월 세계 최대 코끼리 서식처인 보츠와나에서 발생한 코끼리 350마리 떼죽음 사건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 화면 갈무리
한겨레
2020년 5월 세계 최대 코끼리 서식처인 보츠와나에서 발생한 코끼리 350마리 떼죽음 사건에 인용된 사진이었다. 당시 오카방고 강 삼각주 부근에서 시작된 떼죽음은 2달간 지속됐다.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조사단은 집단 폐사 원인은 물웅덩이 녹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시아노박테리아 신경독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난 2019년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치명적인 독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용수의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LR) 기준을 1ppb(0.001 ppm) 이하로 정했다. 물고기들은 이의 1/10 수준에서도 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졌다. 이 기준을 다른 독성물질의 WHO 기준과 비교해보면, 비소와 납이 10ppb, 수은이 6ppb, 독성이 강하여 농약으로 사용이 금지된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1ppb이다.
2015년 9월에 낙동강의 달성에서 측정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34ppb이었다. DDT에 비유하자면, 낙동강의 평균 유량에 매일 5톤 트럭 한 대 정도의 DDT를 쏟아 부어야 이런 농도가 나온다. 이 물질은 물고기와 이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 축적되기에 상수원수로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도 잡아서는 안 되고 농업용수로도 쓸 수가 없다."
[미국과 한국의 관리] "유해 남세균 세포 수를 셀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미국에서 남세균 제거를 위한 수질 정화 비용만도 한해 수십억 달러라고 했다. 남세균 제거뿐만 아니라 모니터링과 연구하는 데 쓰는 비용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매년 마이크로시스틴뿐만 아니라 삭시톡신, 실린드로스퍼맙신 등의 수치도 공개하고 있다. 모니터링 대상 호수와 강은 1200여 지점이다.
"미국은 녹조현상이 일어나면 4개 스텝으로 관리합니다. 담수를 모니터링하면서 녹조발생 정도를 파악하죠. 녹조가 나타나면 스텝 2로 갑니다. 레크리에이션 가이드라인이 먹는 물보다 약간 높은데, 적합 여부를 판단하죠. 계속 시아노톡신 셀 수를 잽니다. 독성물질이 수돗물 가이드라인 이상이면 단수 조치합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녹조가 발생하는 지역에는 봄비가 내리기 전인 3~4월에 토양이 함유한 질소와 인의 농도를 잰다. 이 데이터로 토양에 과도한 비료 유입을 막고 폭우로 인근 하천에 토사가 유입될 때 녹조발생을 최소하기 위해서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매년 3~5월에 남세균 예측활동도 벌여 그 해 녹조발생에 미리 대응한다.
이 교수는 한국 조류경보제에 대한 보완점도 지적했다. 그는 마이크로시스티스의 현미경 사진부터 보여줬다.

▲ 이승준 교수가 보여준 시아노박테리아와 플랭크토트릭스의 모습
이승준 제공
"물에서 발견되는 시아노박테리아 모습입니다. 한국 조류경보제는 상수원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수를 측정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어떻게 유해 남조류 세포 수만 셀 수 있나요? 힘이 듭니다. (또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얘는 플랭크토트릭스(Planktothrix)입니다.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가 붙어서 막대를 형성하는데, 그럼 얘는 몇 개인거죠?"
그는 "시아노박테리아는 특성상 엉키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이걸 떼어내기도 어렵다"면서 "WHO는 총 '남세균 수'를 측정하지 우리처럼 '유해 남세균 수'를 세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해 남세균으로 지정한 4가지에는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유해 남세균 2종이 빠졌다"면서 "플랭크토트릭스는 환경에 따라 강이나 저수지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보다 성장이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먹는 물 수질 기준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마이크로시스틴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남세균 독성물질은 사멸할 때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생생한 세포일 때는 자기 몸속에 가지고 있다가 죽은 뒤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오죠. 그런데 우리는 남세균 세포 수가 떨어지면 검사를 안 합니다. 막상 독성물질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방치하죠."
[에어러졸] 미국 이리호 근처에 간질환자가 많은 까닭?

▲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이 화면을 띄워놓고 시아노톡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이승준 제공
이날 이 교수가 전한 남세균의 또 다른 위험성은 '공기중(에어러졸) 전파'이다.
"녹조는 특성상 햇빛이 필요하기에 수면 상층에 형성됩니다. 수면에서 5cm 가량에 시아노박테리아가 많이 자라죠. 온도가 올라가고 바람이 불면 기포가 터지는데, 그 속에도 시아노톡신이나 시아노박테리아가 있다는 최근 연구 논문이 나와 있습니다."
그는 "공기 중 전파는 수면에서 레저 활동하는 분이나 양식업자, 강이나 호수 주변 주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국 이리호 지역에 간질환자가 많았고, 생식기 암과 뇌질환 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장 특강을 마무리하면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투명 커피잔에 담은 '녹조라떼'였다.

▲ 2015년 8월 8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녹조라떼.(이승준 교수가 지난 10일 '녹조특강'에서 보여준 사진은 이와 비슷하다.)
윤성효
"제가 미국에서 발표할 때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사진을 보여줬더니 한 친구가 나중에 저에게 따지더라고요 '이리호 물을 투명 커피 잔에 담았더니 똑같이 안됐다'는 거였죠. 당시 이리호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경고 직전 단계였어요. 그렇다면 (녹조라떼 사진을 가리키며) 이 농도에는 남세균이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가 먹는 물이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2박 3일동안 낙동강을 조사하면서 이날 이 교수 '녹조 특강'의 패널로 참석한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은 이런 소감을 밝혔다.
"복합비료 한포가 20kg입니다. 고령군에서 1년에 쓰는 복합비료는 8만 포대 정도 됩니다. 8만 곱하기 20kg이면 160만kg이죠. 고령군에서만도 15톤 트럭 몇백대 분량의 질소와 인을 낙동강으로 쏟아낸다는 말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농업 행태와 낙동강 수질 문제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교수님의 말을 들으면서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을 위해 채수와 채토 작업 차 방문한 대구 달성구 도동서원 앞의 나루터. 전 주에 이어 이날 아침에도 비가 내렸지만, 나루터 앞에는 녹조 알갱이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유튜브 영상] 낙동강은 안녕하신가? 2박3일 동행 취재 https://youtu.be/S3pYBLE4s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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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코끼리 떼죽음', 낙동강 문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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