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바늘을 꿰맸다. 처음엔 붕대로 칭칭 감은 다리와 군데군데 시퍼런 멍과 피, 긁힘의 흔적이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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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달 전쯤, 아파트 단지를 끼고 산책로를 걷고 있을 때, 타이어가 도로와 마찰하며 내는 거친 마찰음이 뒤에서 들렸다. 자전거를 탄 두 명의 학생이 곡예를 하듯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방향을 꺾고 있었고, 옆을 지나던 사람은 급하게 피한 듯 상기된 모습이었다. 선명하게 찍힌 바퀴 자국에 위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러다 크게 사고가 나지!' 생각했다.
그후 사고가 나에게 닥쳐왔다.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때의 그 학생이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자전거로 나를 덮친 학생도 급하게 방향을 틀으려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타이어가 마모돼서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았다고 중얼중얼 변명했다. 수행평가 때문에, 학교에 늦어서 등의 말이 뒤따랐고 아마도 빠르게 달리고 있었던 것 같다. 정상적인 등교시간은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열 바늘을 꿰맸다. 처음엔 붕대로 칭칭 감은 다리와 군데군데 시퍼런 멍과 피, 긁힘의 흔적이 진했다. 치료하고 나니 상처가 더 커 보였다. 사고의 충격은 며칠간 가시지 않았고, 게다가 온몸에 두드려 맞은 것처럼 묵직한 근육통도 이어졌다. 잠시 서 있어도 다리에 압박이 느껴졌고 심각한 환자처럼 의식적으로 다친 다리에 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신경 쓰며 걸어야 했다.
의사의 표현에 따르면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부위를 꼼꼼히 꿰맸다고 했고, 살이 까맣게 죽어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두려움과 조바심을 들킬까 그 와중에도 표정관리를 했던 것 같지만, 마취로 무뎌진 상처를 꿰매는 의사의 손길은 움직임만으로도 무서웠다. 어른이어도 넘어짐은 창피했고 상처는 아팠고 치료는 겁이 났다.
우연히 닥친 자전거 사고로 다섯 달 넘게 이어지던 만 보 걷기가 멈췄다. 걷기는 나이 들어 사실상 유일한 건강관리 방법이었다. 걷지 못하는 처음 며칠은 급체기가 있었고 통증은 수면을 방해했다. 물이 닿지 않도록 하라는 말에 상처 부위를 피해야 해서 시원스러운 샤워도 불가능했다. 서 있지 말라는 말에 앉거나 누워 생활하니 이전에도 좋지 않았던 허리에 무리가 왔다. 약기운은 정신을 몽롱하게 했고 가볍던 몸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일상생활 곳곳에 지장이 있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난다
통계적으로 6월은 자전거 사고가 가장 많은 달이라고 한다. 자전거 사고의 발생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자전거 사고로 2018년에만 1,487명의 사망자, 48,4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고 하니(2019 한국교통연구원의 통계), 자전거라고 결코 우습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어떤 사고든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도 지금의 환경에서는 이미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하필 나에게 일어난 자전거 사고는 이젠 차가 아니어도 자전거나 타는 모든 것을 잔뜩 경계하게 만들었고, 다니는 모든 곳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 사고를 낸 학생의 부모는 보험을 들어 둔 것이 있다고 하며 보험으로 처리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다친 것은 속상했고 일상은 무너졌지만 가해자 측과의 껄끄러운 상황을 마주하는 것은 불편을 가중할 것 같아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좋겠다고 했다.
여유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다. 어떤 사고든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명명되면 사고 처리 과정은 복잡하고 지난하다는 것을 이전의 경험을 통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감정의 부딪침은 피하고 싶었다.
대형 사고가 아닌 고작 자전거 사고지만 사고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광주에서 건물 붕괴 사고가 있었고,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 사고가 이어졌다. 사고에 집중해서 보면 하루도 사건과 사고가 없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사고 당사자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사건이 가족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그 고통은 가늠할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
사건이나 사고의 복잡한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피해 가족의 입장을 세심하게 헤아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사자도 자신들에게 다가온 모든 상황을 두루 헤아릴 수 없는데, 하물며 제3자의 헤아림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사후 처리는 특별히 더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고 당사자의 마음을 생각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