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특정경제가중처벌법(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증) 위반 혐의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긴장하게 할 법안이 등장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외부감사법 개정안 얘기입니다. 이 법안은 투자자들이 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사건 관련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나 감리자료를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증선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동안에는 회계법인 등 감사인이 중요 사항에 대해 감사보고서에 적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법원이 금감원의 사건 관련 기록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금감원이 기업의 영업 비밀, 감리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을 이유로 법원 쪽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감원이 특정 회사가 분식회계 등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더라도 이와 관련한 제재 등을 최종 결정하는 기구는 금융위원회 내 증선위입니다. 이에 이용우 의원실은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이 금감원보다 상위에 있는 증선위를 통해 상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분식회계 자료 공유, 법으로 강제한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는 "공정거래법에도 이와 비슷한 조항이 있어 금융당국도 외감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0조에는 법원이 손배소 때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해당 사건의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법원은 공정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금융위 자료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옛 제일모직),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2곳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입니다.
주주들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 사기 등이 벌어져 삼성물산에 불리한 결과가 나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는데,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됐다면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대 0.35가 아닌 최소 1대 1은 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만약 이용우 의원의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현재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삼성물산 손배소가 원활하게 풀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쪽 변호인 박갑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지난해 2월과 올해 1월 주주들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한 뒤 아무런 진전이 없었는데, 최근 회사 쪽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으로 짤막한 답변서를 제출했다"며 "우리 쪽에선 언론 기사나 참여연대에서 정리한 자료 외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관련 자료가 없어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증선위 자료를 입수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