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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좌표 찍은 윤석열의 아슬아슬 줄타기

천안함·자유·법치 목소리 높이면서 남북 대화·복지·검찰개혁도 언급

등록 2021.06.29 17:53수정 2021.06.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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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정권교체를 부르짖으며 보수 정당의 대표선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자신의 좌표를 '보수'로 명확히 찍은 이날 회견이었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극단적 보수를 거부하는 듯한 중도에 가까운 내용들도 있었다. 보수와 중도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시도한 걸로 보인다. 

29일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은 연설 첫머리에 천안함 생존 장병을 언급하며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지킨 우리를 왜 국가는 내팽개치는 거냐"고 그들의 항변을 전했다. 이날은 제2연평해전 19주년이기도 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의 항변이 강조되면서 그의 부정적인 대북관이 드러나는 듯 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자 윤 전 총장은 "어느 한 국가의 지도자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나 막연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끌고 나가고 국가적 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도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해 나가는 데에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적대시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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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건 정상 아냐"... "자유는 복지로 나타난다"

윤 전 총장이 이날 "무너졌다"고 표현한 여러 가지 중에는 '법치'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을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표현했고 "제가 공정과 법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다 보셨다"고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의 갈등,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출범 등 자신이 검찰총장으로서 여권에 저항해 온 일을 부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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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저는 검찰개혁을 반대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윤 전 총장은 "권력의 비리를 제대로 감시하고, (법적 대항력이) 열악한 국민을 상대로 법 집행을 할 땐 더욱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주면서 가는 게 검찰개혁의 요체"라면서 "그걸 반대하는 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검찰개혁 조치에 앞장서 저항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검찰상을 내세워 검찰개혁을 재정의하면서, 자신이 검찰의 구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편 것이다.

이날 연설문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22번 등장하는 등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가장 자주 등장했던 말 중 하나가 '자유'였다. 윤 전 총장 스스로도 "저는 자유를 굉장히 중시한다"고 말했다. 현 정권을 향해서는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 '자유'는 경제주체의 자율성 극대화와 국가의 불간섭을 함축하는 말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공산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여겨온 보수층에게, 이날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자유'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호소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내 자유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의 다른 시민들의 자유도 함께 중요하고... (중략) 또 공공정책에서는 복지로서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자유를 복지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복지와 성장, 어느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복지가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성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자유를 강조한 자신이 시장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줄타기 #보수 #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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