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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교사가 겪은 학교 내 또다른 차별

기간제 교사를 대하는 불합리한 학교 현장의 모습들

등록 2021.06.30 12:08수정 2021.06.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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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이자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오마이뉴스에 실린 이동수 시민기자님의 기사에 많은 공감을 느껴 당당하게 '좋아요'를 눌렀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면서 학교 내에서 존재하는 또다른 차별은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기사에 나온 차별금지법의 조항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문득 나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학교의 고용형태 중 하나인 '기간제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 현직 교사입니다, '차별금지법'에 '학력' 빼면 안 돼요 http://omn.kr/1u7kk) 

올해 시교육청으로 파견교사를 가는 필자를 대신하여 학교는 기간제 선생님을 채용해야 했다. 학기중이자, 코로나19의 어려움으로 평소보다 보건 기간제 교사 채용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원자가 있었기에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학기말로 학교는 내년도 인사 이동과 부서 조정, 부장교사 임명, 업무 분장 등으로 다소 분주했다.

보건교사를 뽑는 일이라 면접관으로 내가 직접 들어가는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면접에 임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몇 년 전 내가 인성부장을 할 때 했던 업무를 새로 오시는 보건 기간제 선생님의 업무로 넣었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기간제 선생님에게 그 업무를 넌지시 이야기하면서 학교의 모든 업무들이 힘들 수도 있지만 누구나 다 배워가면서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거라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다. 보건교사 중 나와 같은 부장교사를 한 사례를 제외하고 인성업무를 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적이 없다. 기간제 보건교사에게 상식적이지 않은 업무 분장을 쉽게 언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기간제 선생님의 비합리적인 업무분장에 대하여 침묵하거나 눈 감지 않기로 했다. 과연 기간제 교사가 아니었다면 결코 일반적이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업무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실을 나오기 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스스로 자신이 부장교사와 담임교사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왜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업무를 주면 안되나요?"

그러나 경우가 다르다. 나는 보건교사로서 전문직에 뜻을 두었던 교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교사 업무와 더불어 내가 원해서 맡게 된 보직교사와 관련한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게 상식에 맞다. 그리고 학년부장을 맡게되면서 업무의 이해도와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 담임교사를 해봐야하지 않냐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기간제 보건교사에게 똑같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젊은 남자 교사에게 학교 폭력 업무를 맡기는 특이한 관행  
 

학교 내 보이지 않는 차별 ⓒ pixabay


학교에는 특이한 관행이 하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젊은 남자 신규교사가 발령이 나면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주로 맡기는 것이다.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신규교사가 한 번 그 업무를 맡게 되면 학교를 옮길 때까지 거의 벗어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느 남자 신규선생님과 우연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의 말로는 나이가 어린 남자 신규 교사가 들어오면 통상적으로 학폭업무, 방송관련 업무를 맡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성별, 나이 등에 대한 차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학년 초 보건교사의 업무분장을 조사해보면 유독 기간제 교사들이 학교환경업무를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학교 정화조와 저수조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 사례도 있었다. 그렇게 학교가 업무분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는 신분상의 이유로 부당하다고 생각하여도 자신의 향후 고용문제를 생각해 업무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낮다. 만약 주어진 업무를 거부한다면 학교는 다음년도에 그 교사를 채용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암묵적인 강요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보건교사의 경우 육아휴직 등으로 기간제 교사가 대신 업무를 맡거나 신규교사가 발령이 나면 기존의 교사에게 부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업무가 전가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학교의 교사는 정교사, 기간제 교사 뿐 아니라 시간제 강사, 방과후 강사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 학생들에게 그들은 같은 '선생님'이다. 나는 존경스러운 인품과 뛰어난 업무능력을 가진 기간제 선생님들과 같이 여러차례 근무를 했다. 그리고 내가 재직했던 학교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고용형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선생님 자체에 집중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보내는 쪽지 나무 사진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얼마나 수업을 즐겁게 잘 하시는지, 얼마나 아이들과 대화가 잘 되는지, 얼마나 자신을 알아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법 변호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는 합리적 처우인지 불합리한 차별인지 다툴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이 의견에 매우 공감한다. 현직 교사로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드러내지 않는 이 차별들이 과연 합리적 처우인지, 불합리한 차별인지 꼼꼼히 점검해보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길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기간제교사 #현직교사 #학교폭력업무 #신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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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크고 작은 이야기를 전하는 행복예찬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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