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올 때쯤이면 언론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최저임금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대중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얼마야?"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하는 2~3개월 동안 명확한 금액이 결정된다. 하지만 대중은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 과정에 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오랫동안 외쳤던 '최저임금 1만 원' 구호가 파격적이고 자극적으로 느껴졌던 때도 있다. 그 운동의 힘으로 2018년 대통령선거에서 다수의 후보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놓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실현은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과 역행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실제 첫해에 16.4%를 인상했고 다음 해에 10.3%로 평균 13.35%의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2020년 최저임금은 전년도 대비 2.9% 인상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1.5% 인상했다. 사실상 공약을 불이행했고 최저임금 1만 원의 의미도 사라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산입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당시 많은 노동 시민사회단체가 산입범위 확대에 관해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이며, 오히려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현장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조금 오른다 하더라도 실질임금이 증가하지 않거나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2021)은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산입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인해 임금구성을 조정하지 않으면서 합법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 지연은 분배와 불평등 문제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공약은 불이행되었고 산입범위 확대로 역행한 것이다.
사회 연대로의 최저임금
이 시점에서 최저임금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았으면 한다. 먼저, 최저임금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뜻한다. 이는 최저임금법 제1조 목적에서 명료하게 드러나는데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임금이 적다 보니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야근, 특근을 하고, 투잡, 쓰리잡을 하며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영세자영업자들도 최저임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필요성을 느낀다 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몇몇 보수 언론에서는 영세자영업자를 핑계로 최저임금을 반대하고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사실상 '을'들끼리 대립을 조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영세자영업자는 임대료, 리모델링 비용, 가맹 수수료 등에서 더 큰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최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는 우리 사회에서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을'이라는 위치에 있고, 그래서 연대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숫자로 정해지는 임금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최저임금을 통해 '을'들이 연대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더욱 빛나야 한다
최저임금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인데도 매년 여름에만 반짝하고 끝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최저임금 운동은 동력을 잃고 다음 해를 기다리게 된다. 최저임금 논의를 상시로 이어가고 언제 어디서든 다룰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대다수는 자신의 임금을 노사 간 합의로 결정하지 못하고 최저임금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여름에만 반짝여서는 안 된다. 1년 동안 빛이 나야 하고 관련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최저임금 운동이 현장까지 연결되고 연대의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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