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4일 교회 여신도를 상대로 장기간 '길들이기(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인천 모 교회 소속 김모(37) 목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다수의 미성년자 여성 교인을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인천S교회 김아무개(38) 목사가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9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호성호 재판장)는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은 담임목사 아들인 동시에 교회 전도사로서 학생부를 지도했고, 피해자들에게도 신앙적·정신적 영향력을 끼쳐 왔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상당한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라고 유죄 사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듣기 위해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성교육상담센터 숨의 정혜민 목사를 지난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정혜민 목사님은 인천S교회 김아무개 목사의 피해자들과 함께하셨는데 1심 판결을 어떻게 보셨어요?
"2018년 11월에 저희가 기자회견하고 거의 3년 가까이 흘렀는데 1심 판결 가기 전까지 좀 조마조마했던 게 사실이에요. 검사님께서 7년을 구형하긴 하셨지만, 우리나라의 그루밍 관련 법안이 없고 저희 안에서 담당 변호사님들도 의견이 많이 분분하셨거든요.
그래서 마음 졸이면서 지켜봤는데 판결 끝나자마자 엄청 울었거든요. 판사님께서 판결문을 읽으실 때 제 손이 덜덜 떨렸는데 판사님이 7년으로 딱 이야기하자마자 굉장히 가슴이 좋은데도 되게 철렁 내려앉으면서 이렇게 판결이 나온 거 자체가 엄청나게 감격스럽고 벅차다는 거 말고는 없었던 거 같아요."
- 왜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셨어요?
"앞에서 판결문을 저희 쪽에 유리하게 하더라도 선고는 또 다를 수가 있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끝까지 이렇게 판사님께서 선고를 내리시기 전까지 정말 손발을 벌벌 떨었거든요. 안 될 거라고 저도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법정구속 7년으로 돼 버리니까 마음이 묘했어요. 기쁘기도 한데 너무 많이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힘이 풀리고 그러더라고요."
- 이번 판결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그동안 성범죄라고 하면 명확하게 가해행위가 있을 때 성폭행으로 인정이 많이 됐었죠. 그러나 이번 판결 같은 경우에 의미가 있는 게 특별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성범죄가 물리적인 단순한 폭행을 넘어서 심리적으로 세뇌시켜서 일어나는 성범죄도 범죄라고 인정했다는 점에 있어서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고요."
- 이전에는 그루밍 사건이 없었나요?
"그 이전에도 그루밍 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죠. 몇 년도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심각하게 나왔을 정도로 한 여중생이 기획사 대표에게 그루밍을 당해서 아이까지 출산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도 그 학생이 자기가 피해를 당했다고 법에 판결을 요청했을 때 법원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면서 가해자의 손을 들어줬거든요. 그것 때문에 많은 언론에서 이게 말이 되냐고 했었죠.
전에도 이런 사건이 없진 않았는데 그때에는 명확한 가해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봤지 이걸 범죄라고 보는 판결은 없었거든요. 같이 함께하시는 변호사님 다섯 명 중에 한 분이 성범죄 전문 변호사님이신데 그분도 이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그루밍 관련 판례들이 전부 다 무죄로 나왔었다고 이야기하셨죠."
"'해외 같았으면 더 세게 나왔을 텐데'라는 이야기도"
- 오래되어 인천S교회 김아무개 목사 사건을 기억 못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사건인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2017년에 처음 이 사건을 알게 됐는데요. 제가 당시에 가르쳤던 학교의 제자가 '어떤 목회자에게 본인과 본인 친구들이 성적으로 유린당했다'라고 저한테 얘기했어요. 그래서 알아보니까 피해자가 20명이 넘을 정도로 많았고 대부분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시기에 10대 미성년 친구들이 굉장히 많은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특징이 말 그대로 애완동물을 그루밍하듯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여서 그 피해자들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시키고 가해자에게만 의존하도록 하고 가해자 말만 믿게끔 만들어버린 다음에 그 안에서 굉장히 많은 성적인 유린들이 있었거든요."
- 그루밍과 연애는 어떻게 다를까요?
"가해자 측에서도 '이거는 연애하는 사이였지 그루밍의 형태를 띤 성범죄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기본적으로 연애였다면 두 사람의 사이가 굉장히 동등했어야 되죠. 그런데 그루밍 같은 경우에는 가해자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이성적 판단이 완전하지 못한 10대를 대상으로 말로는 '널 사랑하고 아낀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가해자 쪽으로 기울어져 버린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거죠.
그리고 나중에 이 관계가 끝나게 됐을 때는 피해자가 본인이 피해자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인지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육체적으로도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우울감이라든지 아니면 공황장애라든지 이런 다양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게 되죠.
그리고 본인이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었고 가해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관계다 보니까 본인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아요. 가해자의 요구를 본인이 들어줘야 하고 가해자의 말을 피해자들이 다 수긍해 줘야 되고 그런 요구들이 다 성적인 관계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때리지 않았다 뿐이지 성적으로 유린당한 그런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게 그루밍과 연애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법원 판결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아쉬운 점은 없어요. 왜냐면 사람들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솔직히 검사가 7년 구형한 것도 '7년 구형해 주셨네'라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보통 판사님께서 검사가 구형한 것보다는 더 낮게 선고하신다는 게 통념이어서 저희는 7년보다 낮게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검사가 구형한 그대로 7년이 나와서 저는 솔직히 기뻤죠. 그러나 나중에 보니까 주위 분들이 굉장히 많이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이거는 7년이 아니라 70년이 내려져야 하는데 해외 같았으면 더 세게 나왔을 텐데'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 재판이 2년 넘게 걸린 건데 왜 이리 오래 걸린 걸까요?
"일단 사회적 이슈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던 사건이어서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 그리고 기소되기까지도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다 보니까 여러 명의 피해자들 그리고 또 가해자 쪽 이야기도 들어봐야 되니까 재판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이 길었고요.
재판으로 가고 나서는 부장 판사님들이 이동을 하게 되면서 법원 안에서도 인사이동 있잖아요. 거기에 맞물려서 재판이 빨리 진행이 안 됐고 제가 듣기로는 이게 주요 사건으로 분리되어서 좀 더 세밀하게 많은 증인과 피해자들 한 명 한 명 다 증인으로 서고 그러다 보니까 생각보다 더 많이 길어졌다고 해요."
"교계 안에서 문제 제기도 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