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C협회 부수조작 의혹과 관련해 “일부 신문이 인정받은 유료부수에 비해 정부광고는 더 많이 받아갔다”고 반박성 기사를 낸 조선일보(7/10)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이런 주장을 펼친 뒤 문체부 발표를 "언론 줄세우기"로 규정했습니다. 문체부가 언론진흥재단에 매체영향력 조사를 맡기겠다고 발표하자 "정부 산하의 언론진흥재단에 (매체 영향력 조사를) 직접 맡겨 언론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언론에 개입하려는 듯 묘사한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곳곳에서 신문 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언론 줄 세우기를 시도해왔다"더니 "지난 3월 문체부는 ABC협회에 부수조사 표본지국 선정 과정에서 공무원이나 언론재단 관계자, 소비자 단체, 학자 등 제3자가 참관할 것을 요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선 ABC협회 등 민간단체가 주축이 되어 영향력을 측정한다"며 해외 사례까지 이용해 '언론 길들이기' 주장을 펼쳤습니다.
<한국경제> "정부 'ABC 신문부수 대신 여론조사'…언론 직접 줄세우나"(7월 8일 성수영 기자)도 유사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선진국 중 정부가 직접 언론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를 언급했습니다. 마치 ABC협회는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언론개입 의도를 갖고 결정을 내린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보도입니다.
<조선일보>는 왜 유료부수 조작을 언급하지 않나
<조선일보>는 자사보다 타사가 유료부수 대비 광고액이 높았다며 정부의 결정을 "언론 줄세우기"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가장 중요한 사실인 부수공사 조작을 외면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문체부 ABC협회 사무검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조선일보> 지국 성실률은 49.89∼86.73%(평균 55.36%), 2020년 지국 유가율은 58~98%(평균 67.24%)입니다. ABC협회가 발표한 <조선일보> 2019년 성실률 98.09%, 2020년 유가율 95.94%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조사 대상이 한정돼 있지만 ABC협회 부수공사 과정이 부실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자사보다 타사가 광고료를 더 많이 받았다고 주장할 뿐 ABC협회 부수공사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해외에서는 ABC협회와 같은 민간기구가 조사를 하고 있다는 점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정부 결정을 "언론 줄세우기"로 규정하고자 한다면 ABC협회 부수공사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부터 입증해야 합니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내세운 방식은 객관적이지 않다는 게 지적됐습니다. <미디어오늘> "'ABC협회 사망 선고'가 싫었던 조선일보의 무리수"(7월 13일 정철운 기자)는 <조선일보> 계산법을 두고 "반박하기 민망할 정도로 허술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129만 4931부, 2015년 정부광고액은 79억 7300만원으로 '기적의 계산법'을 대입하면 이 신문의 1부당 정부광고 수주액은 6157원"인데 "같은 조건으로 같은 해 동아일보는 1만2773원, 중앙일보는 9599원"이라며 과거 사례를 <조선일보>식 계산법에 대입했습니다.
이어 "5년 전에 비해 조선일보는 약 395원, 중앙일보는 약 2743원 올랐고, 동아일보는 210원 떨어졌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정부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1부당 광고 수주액을 올려준 것인가"라며 조선일보 논리가 부실함을 지적했습니다. 즉, 조선일보가 정부 결정을 비판하고, 자사에 대한 비판을 옹호할 자의적인 계산법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신문사가 보여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입니다.
언론관련 법안 '언론 재갈법'으로 비판한 <중앙일보>
ABC협회 부수공사 조작 의혹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신문 중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은 언론관련 법안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 "'언론 재갈법' 강행 처리 연기한 여…"막무가내식" 비판 의식"(7월 16일 김준영 기자)는 제목부터 '언론 재갈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본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자 "어떻게든 대선 전에 언론 규제법을 통과시키려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한 국민의힘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에 이상직 의원이 적극 나선 것을 두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던 민주당 의원도 있었다", "언론사 처벌을 요구하는 강경한 주장을 쏟아낸 이는 당시 언론으로부터 이스타항공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을 받던 이상직 의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오로지 지금은 구속된 한 분 의원님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목소리를 높였다"는 페이스북 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법안의 타당성, 발의 배경은 짚지 않은 채 법안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악의적 의도가 있는 듯한 주장을 강조한 셈입니다.
문체부나 국회에서 내놓은 안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ABC협회 부수조작 의혹과 다양한 미디어 법안과 관련해 필요한 보도는 하지 않은 채 무시로 일관하다가 안이 제시되면 '언론 길들이기',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반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사에 불리한 사안은 축소하고, 유리한 방향만 내세우는 진정성 없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ABC협회 부수공사 자료를 토대로 정부광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다수 신문사는 이번 논란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대다수 신문사는 ABC협회 내부고발과 문체부 사무검사로 부수 부풀리기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사과는커녕 보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신문사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ABC협회 부수공사 조작 의혹 보도에 소홀했던 사실을 인정하고 자사는 책임이 없는지부터 밝히는 게 먼저입니다.
언론관련 법안을 '재갈', '길들이기', '언론자유 침해'로 비판만 하는 것도 제대로 된 해결책으로 볼 수 없습니다. 언론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이 아닙니다. 사회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언론의 주요 역할이라면 본인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짚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언론관련 법안과 관련해 당사자로서 기자 스스로가 가진 비판적 인식은 무엇인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11월 9~15일(ABC협회 내부 관계자 부수조작 폭로 이후 일주일), 2021년 3월 16~22일(문체부 ABC협회 사무검사 결과 발표 이후 일주일), 2021년 6월 22~28일(김부겸 국무총리‧황희 문체부 장관 ABC협회 의혹 언급 이후 일주일), 2021년 7월 8~13일(문체부 ABC협회 자료 정책적 활용 중단 발표 이후 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ABC협회'로 검색된 보도 전체. (7/13 오전 11시 49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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