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아이들의 꿈입니다
진혜련
지난 한 해 아이들이 학교에 나온 날을 세어보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거의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졌다. 온라인 수업(줌수업)에서는 항상 먼저 출석을 불렀는데 나는 그때 아이 이름만 부르지 않았다. 아이의 꿈과 이름을 함께 불렀다.
"안과의사 김지원, 야구선수 이수민…."
나는 해마다 학급명부를 만들 때 아이들 이름 옆 칸에 꿈도 같이 적어놓았다. 그동안은 교실에서 출석 부를 일이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부터는 매번 부르게 됐다. 출석 확인을 할 때 아이의 꿈과 이름을 같이 불렀더니 나는 어느샌가 평상시 말할 때도 아이들의 꿈을 자주 언급하게 되었다.
"지민아. 역시 과학자는 다르네."
"규현이는 고고학자라 그런지 아주 꼼꼼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이들도 그랬다.
"파충류 박사. 이 동물 이름 뭔지 알아?"
"야! 넌 선생님이 복도에서 그렇게 뛰어도 되냐?"
우리가 주고받는 말속에는 '꿈'이 있었다.
얼마 전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시간에 '나의 꿈' 발표하기 수업을 했다. 나는 수업이 있기 일주일 전 아이들에게 꿈 발표 내용을 미리 준비하도록 과제를 냈다. 발표 내용에는 꿈을 가지게 된 이유, 직업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 꿈과 관련하여 존경하는 인물, 꿈을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할 점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친구들이 발표를 잘 들으면 맞출 수 있는 퀴즈 문제를 한두 개 내게 했다.
이날 아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과제를 다 해왔다. 다들 다른 어떤 숙제보다 많이 고민하며 공들여 준비한 게 보였다. 한 명씩 나와 발표를 했는데 나는 친구의 발표를 듣는 아이들의 태도가 조금 놀라웠다. 딴짓하는 아이 없이 PPT 발표 자료가 보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 퀴즈를 맞히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친구들의 꿈 이야기가 꽤 궁금한 듯했다.
한 친구가 발표를 마치면 나는 '누구누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 같이 응원해줍시다"라고 마무리 말을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교실이 떠나가도록 "와!" 하고 환호를 보내며 오래도록 박수를 쳤다. 그건 마치 친구를 향해 '너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 너는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늘 꿈꾸며 살아가길
나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그냥 평범한 열한 살 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이휘소 같은 물리학자가 될 아이, 코코 샤넬 같은 패션디자이너가 될 아이, 칸딘스키 같은 화가가 될 아이로 보인다. 그렇게 되니 나는 내 가르침에 좀 더 신중해지고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꿈을 가진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렇다.
며칠 전 도서 팟캐스트에서 한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작가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딸의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하신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께 "딸의 꿈이 뭐였어?"라고 물으면 "작가!"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신다고 했다. 꿈은 그런 것이었다. 다른 기억은 다 잃어도 끝까지 기억나는 것. 꿈이라는 건 이름보다 그 사람을 더 잘 나타내는 것 같다. 그건 꿈이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아이들이 늘 꿈을 갖고 살아가길 바란다. 꼭 그 꿈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꿈을 이루어야 빛나는 것이 아니라 꿈을 가진 순간부터 빛나는 것이므로. 꿈을 가진 아이는 반짝이는 별이다. 나는 그 별을 보며 아이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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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름이 기억 안 날 때, 이렇게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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