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LCT). 주범인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 현기환 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비리와 특혜가 쌓아올린 마천루라는 비판을 받는다.
김보성
지난 4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택법 위반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 5년이 완료돼 수사할 수 없었고, 계약금 대납 증거도 없어 뇌물죄는 적용할 수 없었다며 관련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부산참여연대는 금융계좌 수사 포함 여부 등 충분치 못한 수사 결과 발표에 문제를 제기하며 의혹이 없었다고 섣불리 발표하는 것은 특혜분양, 로비, 뇌물수수, 배임에 대한 면죄부를 주게 되어 엘시티 비리를 다시 묻어 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참여연대 [논평] 엘시티 사업 미리 핵심인 특혜분양 검찰에 이어 경찰도 진실 규명 외면했다)
4·7부산시장 보궐선거 기간에 불거진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 의혹은 당시 후보였던 박형준 시장의 엘시티 매입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도 이어졌던 터라, 후보 검증의 측면에서도 지역 토착 비리 청산 측면에서도 분명한 지역의 주요 현안이었고 시민의 관심도 높았다. 지역 언론 또한 경찰의 이번 수사 결과 발표를 주요하게 전달했다.
[관련 기사 목록]
- KBS부산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경찰, 혐의점 없이 종결'(8/4, 김영록)
- 부산MBC '엘시티 특혜분양 혐의 못 찾고 수사 종료'(8/4, 단신)
- KNN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혐의없음 종료'(8/4, 단신)
- <부산일보> '엘시티 리스트, 실체는 없었다'(8/5, 1면)
- <부산일보> '선거철 부산 뒤흔든 특혜분양 의혹, 수사 결과는 빈 깡통'(8/5, 3면)
- <국제신문> '보선판 달군 '엘시티 리스트 무혐의 결론... 박 시장 측 "연말까지 처분"'(8/5, 3면)
- KNN 모닝와이드 '[취재수첩] 끝나지 않는 엘시티 논란'(8/9)
- <부산일보> '[곽명섭의 플러그인] 엘시티(LCT) 의혹의 운명'(8/11, 22면)
경찰의 혐의없음을 '실체 없음'이라 단정한 <부산일보>
경찰은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 의혹 수사 결과 보도자료에서 "유력인사에 특혜 제공하였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제공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지역 언론 기사 제목을 살펴보면 KBS부산과 KNN은 혐의없음, 부산MBC는 혐의 못 찾음, <국제신문>은 무혐의라 전했고, <부산일보>는 실체 없음이라 단정했다.
<부산일보>는 이번 경찰 수사 결과 발표를 8월 4일 자 1면과 3면에 배치하며 가장 적극적인 보도를 보였다. '엘시티 리스트, 실체는 없었다'(8/4, 1면)는 경찰의 수사 결과 전달과 함께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 의혹 무용론을 강조했다.
'결국 소모적인 정쟁 도구로 사용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년 가까이 부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의혹은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라는 서술이 그것인데,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점검과 평가는 빠진 채, 되려 의혹이 일었던 선거 기간에 대한 평가가 앞서 아쉬웠다.
타 언론도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기사 내용 대부분이 부산경찰청 보도자료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추가 질문 등을 통해 시민의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한 시도는 없었다. <국제신문>은 박형준 시장의 엘시티 처분 약속에 대한 태도 변화를 지적했다는 점 정도의 차이를 보였고, <부산일보>는 기사가 아닌 칼럼에서 엘시티 의혹 규명의 남은 과제를 짚었다.
그런 가운데 <경향신문>은 '경찰 "엘시티 분양에 특혜 없었다" 결론... 새치기 분양은 수사서 제외돼 미궁으로'(8/4)를 통해 이번 수사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중앙일보>는 '엘시티 128명 특혜 혐의없음 결론... "박형준 의혹은 수사 중"'(8/4)에서 선거 당시 엘시티와 관련해 불거진 여러 의혹을 용두사미라 싸잡아 평가한 여타 언론과 달리, 이번 수사 결과는 특혜 분양 리스트 의혹과만 관련한 것임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뇌물수수 기소에 대해 충분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지난 7월 26일 엘시티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공무원이 4년 만에 기소되는 일이 있었다. 이는 검찰의 기소 신뢰에 대한 문제도 보여주지만, 부산시민에게 이는 엘시티 비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음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엘시티 특혜 비리 규명 분야는 이번 특혜 분양 리스트 외에도 여전히 남아있고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부산지역 언론은 경찰 수사 결과만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실체 없음으로 단정해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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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난 엘시티 의혹, 경찰 수사결과 무비판 부산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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