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된 지 6일째인 8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오전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희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 가석방된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여 경영 현황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8월 24일 삼성그룹 차원에서 240조 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 명을 채용한다는 투자·고용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참고자료'라는 것을 배포하였다.
여기에는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은 상법 및 회사 정관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대표이사 또는 등기이사의 영향력, 의사 집행력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됨.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으나 미등기 임원으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케이스와는 차이가 있음"이라고 되어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법무부는 판례를 자기 마음대로 갖다 썼다. 삼성전자 2021년 반기보고서(기준일: 2021. 6. 30.) 임직원에 관한 사항을 보면, 미등기 임원 905여 명 중 비상근은 이재용 부회장 단 1명이다. 등기 임원 11명 중 비상근은 사외이사 6명이다. 등기 임원 그 누구도 미등기임원 이재용 부회장보다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집행력이 크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이 원탑이란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애써 외면하면서 판례가 언급한 영향력·집행력을 등기 이사의 영향력·집행력으로 애써 축소한다.
법무부의 설명대로라면 아동학대범죄를 저질러 아동복지법에 따라 취업제한명령을 받은 사람도 미등기 무보수로 일하면 아동관련기관에서 취업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게다가 법무부는 2019년 특정경제범죄법상의 취업제한제도에 대해 "회사의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 경제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회사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2년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표'에 따르면, '기업 회장'은 '이사회나 이와 유사한 운영기관 또는 법령에 의해 위임된 권한 하에 사업체의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현황, 과거의 실적, 미래의 계획을 평가하여 사업계획을 결정하며 대외적으로 사업체를 대표하는 자'로서 분류코드 11201이다. 이재용씨가 기업 회장이 아니라 '부회장'이라고 한다면, '기업 고위 임원'의 분류코드는 11202이다.
어차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자라면, 그가 놀라운 경영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단 법부터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본인이 뇌물과 횡령 범죄를 저질러 그 고초를 겪었는데 다시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가석방이 취소될만한 행동이다. 그런데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법무부는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은 '취업'한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위법상태를 조장하고 있다.
국어대사전에는 '취업'이 '일정한 직업을 잡아 직장에 나감'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로 출근하여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현황, 과거의 실적, 미래의 계획을 평가하여 사업계획을 결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대한민국의 법무부인가, 아니면 삼성그룹의 법무팀인가.
차라리 당사자에게 묻는 게 빠르겠다. 이재용 부회장님, 당신의 현재 직업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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