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탁발 금지령'으로 사원에서 운영되는 동자승 학교에 있는 영·유아들이 굶주리고 있다.
세상과함께
'삼보일배오체투지人' 기획 기사에 유연 스님과 미얀마 이야기를 시작한 까닭이 있다. 세상과함께의 정체를 알면 9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한 달간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공모에 나선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매년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금 2억 2500만 원을 사회에 쾌척하는 이유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세상과함께는 2015년 창립했다. 초대 이사장이자 현 이사장인 유연 스님과 함께 불교 공부를 했던 지인들이 뜻을 모아 만든 단체다. 최근 세종시 한 사찰에서 만난 그에게 '세상과함께는 어떤 세상과 함께하고 싶은지'부터 물었다. 거창한 답변을 기다린 기자에게 그가 툭 던지듯 내놓은 답변은 단순했다.
"밥 굶는 사람 없었으면 해서요."
그는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꿈을 꿀 수 없다"면서 "그런 곳에서는 씨앗도 싹트지 못한다"고 한 마디 덧붙였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3개 문장에 세상과함께가 추구하는 정신이 들어있다. 환경을 살려 생명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미얀마 지원사업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생명을 살리려는 발걸음이었다. 그런데 왜 미얀마였을까?
유연 스님은 20여 년 전부터 매년 미얀마로 날아가 명상센터에서 위빠사나, 사마타 수행을 해왔다. 17년 전 어느 날, 출국 일주일 전에 비행기 표를 확약(reconfirm)하려고 양곤 시내 여행사를 가던 중 한 사찰에 들렀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30여 명의 아이들이 비가 들이치는 오두막 땅바닥에 얇은 천 하나 깔고 누워있었어요. 부엌 주방기구는 냄비 2개와 그릇 몇 개였죠. 아이들 머리와 온몸은 기계총(버짐의 일종)과 부스럼으로 곪아있었고, 피딱지가 피부에 엉겨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100여m 떨어진 명상센터에는 침상도 있고 정수기 물도 나왔죠. 부끄럽고 참담했죠."
그 뒤부터 유연 스님은 미얀마를 갈 때 보따리 상인처럼 가방에 잡동사니를 싸갔다고 했다. 가방 두 개에 노트와 연필 등 학용품과 회충약, 연고, 옷가지를 넣어가서 어린 학생들을 수용한 사원에 풀어놓았다. 10여 년 동안 이런 일을 반복했다. 개인 차원의 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