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서 가장 훌륭한 쌀의 생산지로 알려진 자채마을 논의 풍경이천은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이 풍부해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을 갖추었다. 양녕대군이 이천에 유배를 와서 훌륭한 쌀을 보고는 임금님에게 진상했다고 해서 이천쌀의 명성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운민
이천에서 이천쌀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천의 곳곳마다 모여 있는 쌀밥집에 가서 이천쌀밥을 즐기는 것이다. 쌀밥집은 대부분 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가에 모여 있고, 넓은 주차장과 화려한 외관을 지니며 길가는 행락객들의 손길을 붙잡고 유혹한다.
이천 시내로 들어오는 초입 신둔면 지역에는 수많은 이천쌀밥집이 모여 있는 사음동 쌀밥거리가 있다. 이천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천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려볼 것이고, 이천을 나가는 사람들은 그 아쉬움으로 먹고 가자는 이유로 식당을 방문한다.
그래서 쌀밥거리는 주말마다 수많은 인파의 행렬로 붐비는 곳이다. 과연 이천쌀로 밥을 지은 정식은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를 갖고 쌀밥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넓은 실내만큼이나 깔끔해 보이는 첫인상을 주는 이 식당은, 주문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푸짐한 밑반찬과 돌솥에 가득 쌀밥이 담긴 정식을 내왔다.
돌솥에 담긴 밥을 퍼서 다른 그릇에 욺긴 후 숭늉 물을 붓고 구운 생선을 시작으로 이천 쌀밥 정식을 골고루 맛보게 됐다. 허기졌던 찰나라 확실히 밥맛이 좋았다. 그러나 풀어졌던 이성의 끈을 붙잡고 한입 두입 먹어볼수록 머릿속에 의문은 차츰 더해져 간다. 다른 데서 먹었던 한정식 집과 맛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밥맛 자체는 찰기가 있고 훌륭했지만 여느 한정식 집에서 볼 수 있는 생선, 나물, 고기, 김 등 구성 자체가 특별하지 않다.
예전 강진, 해남에서 먹었던 한정식은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밑반찬과 전체적으로 향토색이 느껴져서 두고두고 생각나는 맛이었다. 하지만 이천의 쌀밥 정식은 내륙지방의 특성을 살리지 않는 뜬금없는 생선은 물론 양념 맛이 강하게 드는 반찬으로 인해 정작 훌륭한 이천의 밥맛을 살리지도 못한다.
물론 대중들이 두루 좋아하는 구성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천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천쌀의 특성을 살린 쌀밥정식을 숙고해 개발해보는 것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휑한 산수유마을에 가야 할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