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
픽사베이
착취당하는 동물들을 직접 마주하고 그 현장을 기록하는 어스링스 프로젝트는 8월에 실험동물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업과 연구소라는 높은 벽 뒤에 감춰진 실험동물은 도무지 만날 수 없었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줄 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주할 수조차 없는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부터, 그들을 둘러싼 어떠한 관념을 실감했다. 그 관념은 결국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살해해도 된다는- 뿌리 깊은 종차별주의일 것이다. 그렇기에 실험은 용인되고, 동물들은 감춰진 곳에서 '합법적으로' 죽음을 맞는다.
이 관념 속에서 희생되는 실험동물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알아보고자, 우리는 동물실험 연구소 연구원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인터뷰이 A씨의 현장
인터뷰이 A씨는 의공학 계열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의공학 연구가 제약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A씨에게서 제약 분야 동물실험의 구체적 절차 및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A씨는 본래 동물실험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던 분야의 특성상 피치못하게 실험을 하게 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동물실험을 피하려고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다.
A씨의 연구실에서 행해지는 동물 실험은 인간의 몸에 집어넣기 위한 생체 재료의 독성을 평가하는 목적을 지닌다. 어떠한 재료가 몸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유해성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종의 동물을 이용한다. 이를테면 지혈약이 잘 듣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물의 몸에 상처를 내고 약을 테스트해 보는 것과 같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만한 동물 실험이다.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은 소동물이라고 불리는 쥐부터 시작하여, 대동물까지 가면 원숭이나 침팬지까지다. 보통은 쥐를 사용하고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는 의사가 함께해야 한다. 그나마 인간종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인간들의 연민을 얻는 데 성공한 영장류마저 아직도 실험에 동원된다는 사실이 암담했다.
동원되는 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쥐의 경우는 파리의 지하철에서 나올 만한 큰 쥐인 랫(rat)과, <톰과 제리>의 '제리'와 같은 작은 쥐인 마우스(mouse)로 나뉘어, 필요한 만큼 '조달'받는다. 여기서 조달이란, 예컨대 '태어난 지 6개월 된 흰 쥐 30마리'를 요청했을 때 사육실에서 보관하던 조건에 맞는 쥐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3R 정책(Reduce 감소, Reuse 재사용, Recycle 재활용)과 같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A씨는 비교적 많이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마릿수보다 더 많은 동물을 조달받는다는 점에서 감소의 원칙은 조금 위반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A씨는 오로지 인간종의 이익을 위해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실험은 용납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3R 정책은 비교적 잘 지켜진다고 느꼈다는 것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았다. 잠시 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충북대에서 인공눈 실험이나 서울대 메이 사건 같은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