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희가 마지막 머물렀던 종로구 효자동 가옥
유영호
이승만 정권은 신익희를 정치적으로 제거하고자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제헌국회 때부터 7년 동안 격동기에 중후한 인품과 명사회ㆍ명의장으로 국회를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한 것은 그의 공로가 컸다. 그러다보니 국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널리 인식되었다.
관권 부정선거에서도 자유당은 총선에서 개헌선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갖은 협박으로 무소속 당선자들까지 끌어 모았다. 총선 당선자는 재적 203명 가운데 자유당 103명, 무소속 69명, 민주국민당 15명, 대한국민당 3명, 독촉국민회 2명, 제헌동지회 1명이었다. 제1야당인 민주국민당이 참패한 것은 관권선거에도 원인이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친일지주들의 이미지를 갖는 한민당과의 합당이 패인으로 작용하였다.
야권에서는 신익희의 개인적인 명망성을 들어 다시 의장 후보에 천거하였다. 하지만 자유당 당선자나 협박에 못이겨 무소속에서 이적한 의원들의 선량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들을 믿지 못한 것은 자유당 수뇌부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의 의장 선출에 있어서 자유당은 같은 당원일지라도 믿지 못한 나머지 암호 투표를 실시했다. 그 방법에 있어서 여당이 내세운 국회의장 후보 이기붕의 이름을 투표 용지에 기입할 때 사전 묵계가 있었다.
서울ㆍ경기 출신 의원 25명은 내려 써 정상적인 형태를 취한다. 충남북 출신 22명 의원은 가로 쓰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입한다. 경남북 출신 42명 의원은 가로 쓰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입하고, 전남북 출신 의원 31명은 엇비슷하게 기입하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며, 강원ㆍ제주 출신 15명 의원 역시 엇비슷하게 기입하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도록 한다.
무섭게 으르고 위협하며 돈 주고 매수하여 투표가 끝난 뒤에라도 빠져 나간 수효를 환하게 알 수 있게끔 특별 암호 투표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소속 의원 1백 35명 가운데 만송(晩松)에게 투표한 의원수는 1백 24명으로 나왔다.
사전에 빈틈없이 무시무시하게 단속하였건만 열 한 표의 이탈표가 발생하였다. (주석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