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도장을 찍어 다양성을 의미하는 무지개를 만들어 젠더평등을 다짐하는 학생들?
이임주
아래는 아이들의 소감문 중 일부이다.
"오늘 아침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의 관한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여기서 하나 고백하자면 젠더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서 젠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그러니까 저번주?) 그냥 성별 같은 건 줄 알았다. 많이 부끄럽다. 이 젠더 평등의 주간에는 깨닫는 것도 많고, 또 부끄러운 것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그저 젠더를 이분법으로 나누어 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미국 뉴욕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한 젠더가 31개나 된다는데, 왜 나는 그저 여성, 남성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어느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도 걸어갈 길이 먼 것 같다. 나는 항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바란다. 사회가 규정한 틀 안에서 젠더들이 억압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아직 알아가야 할 것이 많고, 무의식적으로,혹은 몰라서, 차별을 할 수도 있다. 아니, 분명 나는 그런 차별을 했다. 아직도 나는 여자 하면 분홍색과 립스틱, 살랑살랑한 치마가 떠오르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엄격한 틀을 대어 평가하는 것 같다. 이게 우리 사회의 문화고, 나는 지금부터 이런 문화를 바꾸어 나가고 싶다. 우리는 조금 더 잘해야 한다. 평등하지 못한 문화가 있으면 바꾸어야 한다." (중1 송현서)
"오늘 아침부터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페미니즘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정말 좋은 강의 였고 매일 매일 들어도 다르게 생각될 것 같았던 참 의미있는 강의였다. 15분짜리 였는데 5분만에 끝난 것 같았다. 나의 생각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성차별을 하지 않고, 들어보지 않았나? 절대 아니다. 감수성 떨어지는 말들도 수도 없이 많이 입에 담았고 정말 많이 들어 보았다. 수치심과 창피함이 느껴졌고 정말 창피했다. 앞으로 나의 언어 습관, 감수성은 나의 노력으로 발전하나 떨어지나를 좌지우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유림이가 되기를, 이라는 다짐해본다." (중1 천유림)
"때로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분노가 필요할 때가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잔잔한 호수같이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그것이 억압이라면? 평화가 아니라 누군가를 희생시켜 나온 결과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해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젠더평등마음나누기를 한 소감은 정말이지 놀랐다. 곳곳에서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참 건강하지 않은가.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갈고 닦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중3 송희원)
"오늘 제일 기억에 남았던 시간은 마지막 시간에 젠더 평등 마음 나누기를 했다. 항상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이 시간에서의 나는 반성의 시간이었다. 감수성을 아직 끌어 올리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많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씩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좋다. 꼭 한번 해보세요. 추천입니다." (중3 이시하)
▲ 중3 김태형학생이 젠더리스룩을 입고 함께 만든 깃발을 펄럭이고 있다
이임주
인권교육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최근 EBS 위대한 수업에서 방영되었던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교계와 학부모 단체들이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 취소를 촉구했다.
필자는 십여년 넘게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교육을 진행해 왔고, 최근 몇년간은 페미니즘 교육과 젠더평등 교육에 집중했다. 학생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다양한 성에 대해 존중하고, 성을 넘어 서로를 더 배려하게 되었고, 감수성 또한 더욱 높아졌다.
여성의 참정권이 없던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한 그 시대의 문화였듯, 누군가의 거룩한 분노와 투쟁의 결과 지금은 당연한 여성의 권리가 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고정관념 속에 살고 있다. 인권은 모든 존재가 존중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다. 가장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 보는 것, 그것이 인권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십대들에게 절실한 교육은 몇십년동안 변하지 않는 틀에 박힌 성교육보다 여성, 남성의 사회규범적인 틀을 벗어나 모든 성이, 모든 존재가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 자아성찰적인 연대를 만들어 가는 인권교육의 일상화가 아닐까. 가까운 미래에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자기다움을 찾고, 존중받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
▲ 학생들이 만든 젠더평등선언문을 가슴에 새기며 서로에게 절을 하고 있다. 사진-중1천유림
이임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0
제주에서 동백작은학교를 운영하며 대안교육, 청소년, 성평등, 인권과 평화의 현장을 기록한다. 《국어, 수학, 페미니즘》 저자.
공유하기
대안학교 10대들의 젠더평등선언식, 한 번 보실래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