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이 가장 작아지는 장소... 동물병원 계산대 아닐까.
unsplash
내가 이런 속물적인(?) 걱정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인 반냐는 3살 무렵 동물병원을 전전했는데 방광염이 자꾸 도져서였다. 입양한 첫날부터 화장실을 기가 막히게 가리던 반냐가 갑작스럽게 바닥에 오줌을 찔끔찔끔 누기 시작했다. 색도 이상했다. 피가 섞인 듯한 붉은빛이 돌았다. 반냐는 고통스러운지 오줌을 누면서 자꾸만 울었다.
나는 반냐를 들고 정신없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A 동물병원에 달려갔다. 병명은 특발성 방광염이라고 했다. 진료비로 40만 원을 결제했다. 병원에 매일 오라는데 매일 이렇게 큰돈을 내야 하는 걸까. 솔직히 막막했다. 혹시 모르니 10분 정도 더 먼 곳에 있는 B 동물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내 경험상, 병원을 옮기면 처음부터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물병원들은 서로 검사 결과를 공유하지는 않았다. 반냐는 B 병원에서도 방광염 진단을 받았다. 다른 게 있다면 진료비였다. 두 번째 병원에서 받아든 영수증에는 8만 원이 찍혀 있었다. 검사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초진이었고 같은 진단으로 두 병원의 진료비가 이렇게 다르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겪고 나니 동물병원을 택하는 일에 몹시 신중해졌다. 나는 반려인이 되고 나서 총 네 번의 이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동물병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이라서였다. 병원비를 공개해두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공개를 하지 않는 게 방침이라는 병원도 있었다. 반려인에게 가장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정보가 '깜깜이'라니 답답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나만 이런 걱정을 하는 걸까 궁금해져서 기사를 검색해봤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반려인이 많은 듯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반려인 92%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특히 진료비 과다 청구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동물병원 진료비 정보, 사전 공개 절실...반려인·수의사 모두 득 보는 상생의 길" 서울신문, 2021.10.11.).
기둥뿌리 안 뽑고도 반려생활 할 수 있었으면
11살, 9살 두 고양이들을 볼 때면 '더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솟는다. 만에 하나 녀석들이 아플 때 돈이 없어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는 일만은 피하고 싶어서다. 지금까지는 반냐가 특발성 방광염을 앓은 것 말고는 병치레 없이 지내왔지만, 사람이든 고양이든 나이가 들면 아픈 곳이 하나 둘 생기기 마련이니까.
앞으로는 고양이들의 병원비 명목으로 적금도 들 생각이다. 혹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반려인들은 내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실제로 나는 아픈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카페에 갔다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패물을 팔았다는 분, 대출을 받았다는 분의 사연도 접했다. 현실이 그렇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고양이들에게 좋은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따로 돈을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병원을 생각하면 막막한 기분이 된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병원비가 너무 부담스러워 입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인도 떠오른다.
집안 기둥뿌리 뽑을 각오 없이도 반려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동물병원이 사람 다니는 병원만큼 가깝게, 부담 없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진료비와 같은 필수 정보가 반려인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길 빈다.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
라디오와 밤이 있는 한 낭만은 영원하다고 믿는 라디오 작가
공유하기
40만원부터 8만원까지... 고양이 방광염 진료비가 왜 이럴까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