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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에 나온 피자에땅 갑질 승소... 기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손·공·언·점'... 실효적 협상권 인정해야

등록 2021.11.12 06:50수정 2021.11.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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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피자 프랜차이즈인 '피자에땅'의 가맹점 상대 갑질 논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는 공재기·공동관 대표와 피자에땅 직원들이 가맹점주를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가맹점주 단체 활동을 방해했다며 지난 2017년 7월 20일 업무방해·명예훼손·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2017년 7월 25일 서울 강남구 (주)에땅 본사 모습.
검찰이 피자 프랜차이즈인 '피자에땅'의 가맹점 상대 갑질 논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는 공재기·공동관 대표와 피자에땅 직원들이 가맹점주를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가맹점주 단체 활동을 방해했다며 지난 2017년 7월 20일 업무방해·명예훼손·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2017년 7월 25일 서울 강남구 (주)에땅 본사 모습.연합뉴스
 
얼마 전 어느 경제 전문 언론사가 발행한 <피자에땅, '대리점주 보복' 행정소송서 사실상 패>라는 제목의 기사가 톡으로 전달됐다(기사는 '가맹점주'를 '대리점주'로 오기를 했다). 이 기사를 전달해준 김경무씨는 5년 전 기사에 언급된 해당 브랜드의 가맹점주였고 '가맹점주 보복'의 당사자였다. 

이 분쟁은 2016년에 연이어 터진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사건의 대표 사례 중 하나였다. 그리고 2018년 이 분쟁을 심의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 '피자에땅' 엄중 제재 - 단체 활동을 이유로 점주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 최초 적발, 과징금 15억원 부과"라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프랜차이즈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공정위의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불복 소송을 냈고, 2020년 8월 상고심은 오히려 공정위의 과징금이 지나쳤고 특히 가맹점주 단체를 주도했던 두 가맹점주의 계약해지는 정당했다며 가맹 본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뒤 필자를 포함한 이 분쟁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가맹점주들은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씁쓸한 진실을 곱씹으며 모든 희망을 내려놓았고 그렇게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갔다. 그 사이 분쟁에 참가한 가맹점주 대다수는 자의적 폐점 또는 헐값에 가게를 팔고 뿔뿔이 흩어졌다. 

잊혀진 갑질, 제자리로 돌아온 갑질
 
 파기환송 기사와 갑질 기사가 단톡방에 올라왔다.
파기환송 기사와 갑질 기사가 단톡방에 올라왔다.권성훈

그런데 이 분쟁에 마침표가 찍힌 대법원 판결이 올해 9월 30일에 나왔다. (분쟁이 시작되고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심지어 그 결과가 상고심 결과에 대한 '파기환송'이었다. 즉, 본사의 두 가맹점주에 대한 계약해지와 전단지 강매는 불법이었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재판 결과를 한 달이 지나도록 당사자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은 어느 기자의 우연한 제보였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김경무씨가 공정위에 해당 경위를 문의하자 "사건 담당자의 인사이동으로 미처 통보하지 못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피자에땅 '갑질' 사건은 공정위가 보도자료에 '엄중 제재'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일벌백계'의 의미를 부여했고, 이 결과에 타 브랜드 가맹점주들까지 모두 기뻐하며 이제 우리도 미국과 같은 상생형 선진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정착시킬 기회라며 입을 모았었다. 그런데 어느덧 동종 업계는 물론, 공정위의 관심에서 조차 밀려난 사건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사가 가맹점주들의 단톡방에 링크된 당일(11월3일) 역설적이게도 <'맘스터치 햄버거' 점주들 뭉치자..."가·손·공·언·점" 5단계 파괴>라는 기사가 MBC 뉴스로 보도됐다. 결국,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분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출발한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기사에 나오는 '가·손·공·언·점'은 바로 맘스터치 임원이 가맹점주협의회에 했다는 이야기다. 

"(가)맹계약해지를 합니다. 영업이 중단이 되겠지요. (손)배상 하실 수 있습니다. 2년 정도 소요되고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 2년 걸립니다. (언)론에 공개하시겠지요. (우리가) 반박 기사 내면 됩니다. (점)주협의회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런 분쟁이 무한 반복되는 걸까? 일각의 "프랜차이즈란 원래 그런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바보 아닌가"라는 냉소처럼 프랜차이즈의 태생적 한계일까? 아니면 유달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구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프랜차이즈의 원조 국가로 우리보다 업계의 역사가 훨씬 깊은 미국은 어떨까? 

프랜차이즈 원조국 미국은?
 
 치킨 딜라이트 광고 전단지
치킨 딜라이트 광고 전단지치킨 딜라이트
 
미국의 '미니펄'이란 브랜드의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의 수익을 오로지 신규 가맹점 개설시 들어오는 초기 가맹비에만 의존했다. 그러다 보니 수익 보존을 위해 막무가내식 가맹점 개설이 이어졌고 결과는 공멸이었다. '브로드웨이 조'라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대표적인 '스타 마켓팅' 기업이었다. 사업의 내실보다는 '스타 마켓팅'으로 오로지 브랜드(상표) 키우기에만 몰두하다가 스타가 사라지면서 브랜드까지 사라져야 했다. '치킨 딜라이트'라는 프랜차이즈의 사례는 특히나 인상 깊다. 이들은 가맹점주에게 가맹비(로열티)를 받지 않는다고 유혹한 후 가맹점에 필요한 물품 전부(종이컵부터 주방설비까지)를 본사에서 구매하도록 강제하여 이익을 챙겼다(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차용한 수익 시스템이다). 결국 본사의 폭리에 견디다 못한 가맹점주들은 '반독점법 위반'을 사유로 집단 소송을 냈다.


몇 가지 사례였지만 선진 미국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게 50-60년 전 사례라면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례는 현재가 아닌 1960년과 70년대 미국 프랜차이즈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할까? 그들도 우리처럼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을까?

1970년대 말, 던킨도너츠는 석유파동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의 수익이 악화 일로를 걸으며 불만이 커지자 가맹점주들이 직접 참가하는 원부자재 공동구매 조직인 '공동구매협동조합'을 제안했다. 대신 본사의 수익은 정기적으로 받는 '로열티'로 대체 하기로 했다. 그 결과 가맹점의 수익 개선은 물론 신규 가맹점 개설 증가로 본사의 매출까지 오르는 효과를 보게 되었고, 이후 버거킹, KFC, 피자헛, 맥도널드 등 미국의 다수의 주요 프랜차이즈 기업은 '구매협동조합'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기업은 '구매협동조합'이 불법이라고 소송을 냈고, 버거킹의 경우 1991년에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하기까지 웬만한 노동분쟁만큼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선진 국가의 후진국형 기업 관행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선진국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은 앞다투어 이 나라에 선진국다운 '공정과 공평'을 바로 세우겠다고 침을 튀겨가며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기업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며 가맹점주가 평생 모은 재산과 자신의 영혼까지 갈아 넣은 가게를 볼모로 이 바닥(프랜차이즈)에서 전승되고 있다는 '가·손·공·언·점'이라는 가맹점 파괴 교본을 들먹이며 협박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유독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들만 여전히 미국의 19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언뜻 이 글이 현재 우리나라 가맹 본사는 모두 힘센 악당이고 가맹점주는 모두 선량한 약자라고 주장하는 듯 보이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가맹점주의 이기심도 사실 본사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당연하다. 본사(임직원)가 생계와 부의 축적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가맹점주들의 목표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서로 간의 이기심이 충돌하는 상황인데 운동장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니 분노와 비명이 터져 나오는 거다. 그러니 국가가 나서 중재해줘야 한다. 서로의 이기심을 조절할 수 있도록 힘의 균형을 맞춰주어야 한다. 이건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프랜차이즈 구조가 '협동조합'과 매우 닮았다고 생각한다. 출자금처럼 가맹금을 내고 심지어 노동력까지 제공하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업하는 모습은 딱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가맹사업에는 큰 구멍이 하나 있다. 협동조합의 '의결권'이나 노동조합의 '협상권'과 같이 점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전혀 없다는 현실이다. 그 이유는 '기업의 경영권 침해'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핑계라고 본다. 얼마든지 관련법으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시대착오적 태도가 여전한 이유는 아직도 가맹점주를 상생의 동반자가 아닌 오로지 이익 수취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 가맹사업법도 보완 개정되고 있지만 현실의 부조리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느리고 허술하다.

정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기업도 시류의 변화를 이해하고 계약서의 '을'이 대등한 협상권을 가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사업은 업종별로 처한 환경에 따라 당연히 짊어져야 할 부담이 존재한다. 가맹사업의 태생적 부담은 바로 가맹점주들이다. 이게 부담스럽다면 이 사업에 진입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코로나19로 역대 최악의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해 음식점 허가 총량제가 언급되고 있는 지금, 이쯤이면 가맹사업 또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맹점주 단체의 '실효적 협상권'은 진입장벽을 조금 더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며, 더 나아가 연못에 풀어 놓은 메기처럼 가맹사업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할 것이다. 그래야 1967년 미국의 '치킨 딜라이트' 집단 소송을 담당한 당시 뉴욕 검찰총장의 아래 발언이 2021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재현되는 이 볼썽사나운 모습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당 수는 화려한 색상의 유인물을 제시하며 한탕 챙길 생각만 한다. 시민들이 자기 삶을 포기해 얻는 것은 형편없는 가맹점뿐이다."
#가맹사업 #프랜차이즈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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