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보건 수업시간에 성교육을 한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여자 아이들 중에는 이미 생리를 시작한 아이도 있고 다른 아이들도 곧 경험할 일이라고 생각해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남자아이들은 수업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인다. "여자아이의 바지 뒤에 피가 묻어 있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남자아이들은 "사진 찍어요!"라고 대답했다고.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지고 사회 분위기도 변했지만 남자아이들은 내 어릴 적 브래지어 끈을 보고 놀리던 그때 아이들과 비슷한 듯하다. 그렇다고 웃고 넘어가지지는 않는다.
제대로 성교육을 받고 자라지 못한 우리 세대의 엄마, 아빠들은 아이의 성교육을 최대한 뒤로 미루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학교에 미루고 싶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교육은 개별적일 수 없고 우리 아이의 성장 시기에 맞출 수도 없다. 결국 1차적인 성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도서관에 가 성교육 책 몇 권을 빌렸다.
모든 책에서는 동일하게 성교육은 갑자기 시작하는 게 아니며 어릴 때부터 쭉 해야 한다고 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부모의 태도가 모두 성교육이란다. 딸의 경우에는 특히 주체성을 중요하게 가르쳐야 한다는데 난 이 부분에서 좀 뜨끔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뽀뽀하는 걸 좋아한다. 아이가 싫다고 해도 아이의 얼굴에 수염 난 얼굴을 비비며 뽀뽀한다. 아이는 그때마다 "엄마, 난 싫은데 아빠가 자꾸 뽀뽀하려고 해"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난 "아이가 싫다잖아. 하지 마"라고 남편에게 말한다. 그렇지만 아이의 찌푸린 얼굴이 귀엽고 남편의 얼굴 비비는 표정이 웃겨 거의 항상 단호하게 말하지 못했다.
내 몸의 주인이 나 자신이듯이 다른 사람의 몸의 주인은 그 사람 본인이라는 것, 따라서 다른 사람이 내 몸을 만지고자 할 때 내 동의를 받아야 하듯이 나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고자 할 때에는 그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연습을 아이에게 계속 시켜야 해요. 상대가 가까운 가족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에요. 아무리 나를 사랑해 주는 엄마 아빠라 해도 무작정 내 맘대로 스킨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이 자신도 알아야 해요. - 77p.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 있게 딸 성교육하는 법>
책을 읽은 후 남편에게 아이가 싫다고 할 때는 스킨십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뜨끔했던 부분이 한 군데 더 있었다. 부모가 생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한 말이 아이에게 생리는 안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내용이다.
나도 속으로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티가 났을까. 혼자 찔려서 생리를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는 마트에서 생리대 판매대를 유심히 본다. 생리대의 종류와 차이에 대해서도 묻는다. 난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나와 다른 성별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