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전경.
경북매일 자료사진
지상에 유토피아(Utopia·불합리와 부조리가 사라진 완벽한 사회)는 없다. 그것은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인류의 역사는 그걸 증명한다. 길 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보자.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불문하고 '빈틈없는 온전한 세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다. '유토피아가 실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천국은 유토피아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예술가들은 어떤 방식으로건 이상사회(理想社會)를 꿈꿔 왔다.
그 연장선에서 소설가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도서관을 유토피아 혹은, 천국이라 지목했다. 축적된 인류의 정신적 자산이라 할 책이 진열된 도서관을 이상이 완벽하게 구현된 장소로 본 것이다. 수긍이 가능한 주장이다.
그렇다면 박물관은 어떨까? 의미와 가치를 동시에 지닌 책을 포함한 고고학적 자료와 역사적 유물, 여기에 갖가지 예술품 등을 한데 모아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박물관. 이곳 또한 실재하는 유토피아가 아닐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 참담하고 막막한 시간을 2년 가까이 살아온 이들에겐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없다"란 문장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답답함과 우울함이 밀려오는 나날. 밑으로만 가라앉는 기분을 달래려 경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올랐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과연 '우리 안의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신라의 역사와 핵심적 문화·예술품을 한곳에서
'뚜벅이 여행자'라면 버스터미널에서 경주시 인왕동에 자리한 박물관까지 걸어보길 권한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경주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다.
대릉원, 황리단길,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을 친구 삼아 국립경주박물관까지 유유자적 걷는다면 택시 안에선 볼 수 없는 세세한 풍광들과 만나게 된다. 이 40분쯤의 시간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