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궁중 내의원에서 왜 '술'을 관리 했을까?

술을 약으로 사용했던 조선시대... 지금은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아

등록 2021.12.13 11:24수정 2021.12.13 11:27
0
원고료로 응원
일반적으로 '술' 하면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를 생각한다. 고대인들은 술이라는 존재는 알 수 없었지만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이 음료를 통해 정치, 종교, 사회적 일들에 사용을 해왔다. 술은 농경 사회에서는 파종과 수확기의 제천 의례 속에서 구성원들을 묶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신을 대접하는 중요한 음식물로 사용되었다.

조상들은 술을 마시면 취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하지만 취한다는 것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로는 약주(藥酒), 반주(飯酒), 주내백약지장(酒乃百藥之長)로 설명이 되는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주폭(酒暴), 광약(狂藥), 알코올중독 등의 단어로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 현대에서는 술의 부정적인 면들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조상들은 '주내백약지장(술은 백가지 약의 으뜸)'이라는 긍정적인 단어처럼 술을 약으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을 보면 술의 긍정적 효능으로 "약기운이 잘 퍼지게 하고 온갖 사기와 독한 기운을 없애주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근심을 삭여주며, 말을 잘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많은 처방에 들어가는 감초보다 술의 언급 횟수가 더 많을 정도이다.
 
동의보감 술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적혀있는 의학서적 동의보감
동의보감술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적혀있는 의학서적 동의보감한국민속대백과사전
 
이렇듯 조상들은 술이 주는 여러 폐해를 알았지만 의약품이 부족했던 당시 술이 가지는 장점을 높게 봤던 것이다. 이러한 것은 조선 왕실에서도 볼 수 있다. 임금이 마시는 술을 공납과 진상하던 일을 하던 사온서(司醞署)라는 관청이 공식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별도로 국왕 이하 왕족의 의술을 담당하고 궁중에서 쓰이는 약을 조제하던 내의원(內醫院)에서도 술을 관리했다.
 
'동궐도' 내의원 약방(내의원)이 표시되어 있는 궁궐 그림
'동궐도' 내의원약방(내의원)이 표시되어 있는 궁궐 그림문화재청

왕족의 의술을 담당한 내의원에서는 왜 '술'을 관리 했을까? 내의원에서 술을 사용하는 것은 술로 먹는 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로 약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술과 같이 먹는 약도 있다. 술로 약을 먹으면 약효가 빨리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술의 역할은 약의 흡수를 빨리하는 역할 이외에 물에는 침출되지 않는 한약재의 유용성분을 알코올이 잘 추출되도록 도와준다. 이런 이유로 한약재를 술에 담궈 볶거나, 술에 씻어 사용하거나, 술로 볶아 쓰거나 아니면 술과 함께 찌기도 한다.

궁중에서의 한약과 술에 대한 연관성이 백성들에게도 반영되어 한약재를 사용한 술들이 많았다. 구기자나 인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한약재를 이용해서 술을 만들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의 약주 열풍을 몰고 왔던 제품 역시 12가지의 한약재를 사용해서 만든 술이었다. 당시 그 술을 좋아했던 많은 이유 중에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이유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과거 집에서 식사와 함께 반주를 마시고는 했다. 이러한 반주로 사용하기 위해 집집마다 다양한 한약재나 과일에 소주를 담은 침출주도 유행을 했다. 이러한 것 모두 술을 이용해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으려는 심리였던 것이다.   이제 술을 약으로 마시거나 건강을 위해 마시는 사람은 없다. 지금 술은 누가 뭐래도 건강을 해치는 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듯 이제 술의 역할이 바뀌어 가고 있다. 술 자체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매체로 사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술을 교류의 도구와 함께 즐기는 도구로 사용한다.

연말이면 주체하지 못하고 마시던 술 문화는 이제 사라지고 지인이나 친구끼리 가볍고 부담 없이 마시는 술 문화로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술 문화에 적합한 것이 전통주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전통주는 젊은층으로부터 핫한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부터 전통주는 취하기 위해 마시기보다는 즐기기 위해 마신다는 의미가 강했기에 지금 주류 트랜드와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연말 코로나19로 어렵지만 소규모의 모임을 할 거라면 즐기는 술인 전통주로 홈술 모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브런치에도 동시 게재합니다.
#내의원 #동의보감 #주내백약지장 #술 #한약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통주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경기도농업기술원 근무 / 전통주 연구로 대통령상(15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및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16년)


AD

AD

AD

인기기사

  1. 1 1952년 창업, 4대째 하고 있는 빵집이 있습니다 1952년 창업, 4대째 하고 있는 빵집이 있습니다
  2. 2 거짓으로 거짓을 덮는 정권, 국민이 그리 우습나 거짓으로 거짓을 덮는 정권, 국민이 그리 우습나
  3. 3 북한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윤석열 정부가 감춘 것 북한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윤석열 정부가 감춘 것
  4. 4 대통령 관저에 실내골프장 설치했나, 시행업체 이메일 공개 대통령 관저에 실내골프장 설치했나, 시행업체 이메일 공개
  5. 5 [단독] 명태균 "오세훈·조전혁 대공약 컨트롤" [단독] 명태균 "오세훈·조전혁 대공약 컨트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