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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룩북' 성상품화가 문제? 기사에는 선정적 제목·사진·영상 달아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클릭수 유도하는 보도, 성상품화 누가 부추기고 있나

등록 2021.12.15 13:53수정 2021.12.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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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12월 13일 오전 '"속옷부터 보정 없이…" 승무원 룩북 영상, 성상품화 논란[영상]'(김소연 기자)을 보도했습니다. 특정 유튜버가 유튜브 채널에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선정적이라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한국경제> 보도 이후, 다른 언론도 앞다퉈 '승무원 룩북 영상으로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런 언론보도가 오히려 해당 유튜브 영상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 보도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제목에 '속옷' 포함한 기사 71%
 

‘승무원 룩북’ 기사를 선정적으로 표현한 제목(12/13~12/15) ⓒ 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에 게재된 '승무원 룩북' 영상으로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도 언론 보도는 선정성과 성상품화를 더욱 부추기는 듯한 모습입니다. 대부분 보도가 '속옷'이나 '속옷차림'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포함했고, 특히 처음 보도한 <한국경제>는 '"속옷부터 보정 없이…" 승무원 룩북 영상, 성상품화 논란 [영상]'에서 제목부터 "속옷부터 보정 없이…"란 선정적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한국경제>를 비롯해 <이데일리>와 <뉴스1>은 기사 제목에 '영상'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독자들이 해당 유튜브를 직접 찾아보지 않고도 영상 일부를 볼 수 있도록 움직이는 이미지(GIF), 이른바 '움짤'로 짧게 편집하여 기사에 포함했다는 뜻입니다.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는 영상이라고 전하면서도 독자 눈길을 끌기 위해 영상 일부를 움직이는 이미지 형태로 넣은 겁니다.
 

‘승무원 룩북’ 기사 목록(12/13~12/15) *확산 방지를 위해 기사 링크 포함하지 않음 ⓒ 민주언론시민연합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는 영상 소개, 승무원 유니폼 차림에 대한 항공사 법적 대응 검토 시사, 해당 영상 처벌 가능성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입장 등 기사 내용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선정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똑같습니다. 관련 보도 31건 중 제목에 '속옷'이 포함된 기사가 총 22건으로 약 71%에 달했으며, 영상 속 여성의 선정적 차림을 사진으로 실었습니다.

한편, 기사 제목에 '속옷'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선정성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뉴스브라이트>는 '대한항공, '승무원복 섹시녀'에 법적 조치 검토…오히려 '논란' 확대 우려'(12월 15일 조창용 기자)를 냈는데요. 논란 확대를 우려한다면서도 기사 제목엔 '승무원복 섹시녀'를 포함해 해당 유튜브 영상과 이슈에 대한 호기심 끌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론, '성상품화 논란' 누가 키우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국경제> '"속옷부터 보정 없이…" 승무원 룩북 영상, 성상품화 논란 [영상]'(김소연 기자)은 기사 말미에 "선정적인 룩북 역시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꼽히는 상황"이라며 언론인권센터가 <미디어인권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11월 26일)에서 발표한 <미디어인권 모니터링 : 유튜브 콘텐츠를 중심으로> 보고서 일부를 소개했습니다.


언론인권센터는 해당 보고서에서 "패션 룩북 장르의 영상에서도 연령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속옷만 입은 출연자들이 중요 부위를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포즈를 취하거나 탈의, 특정 신체부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등 주제와 관련 없이 선정적인 장면들로 구성된 영상이 다수"였다며 "주로 여성의 성 상품화, 객체화, 대상화 등 여성의 신체 일부를 확대해서 보여주거나 선정적인 의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등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를 비롯한 대부분 기사도 유튜브 '룩북' 영상의 성상품화, 선정성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기사 제목과 본문, 사진 등은 문제의 유튜브 영상을 더 널리 퍼뜨리는 데 일조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특정 유튜브 채널에서 머물던 성상품화 논란 영상을 전혀 몰랐던 대중에게까지 순식간에 퍼뜨리며 클릭수를 유도하고 있는 건 누구일까요. 언론 스스로 자문하고 성찰해야 할 일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13일~1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승무원 룩북 유튜브 영상' 관련 기사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민언련 #승무원 룩북 #한국경제 #성상품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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