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국수는 겨울철 별미 중 별미로 꼽힌다
김봉건
특히 살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동치미에 말아먹는 국수는 별미 가운데 별미로 꼽힌다. 오늘 같이 추운 날, 아삭한 동치미 무와 꼬들꼬들한 국수 면발을 곁들여 한 입 베어문 뒤 시원한 국물로 목을 축이면, 몸은 비록 덜덜 떨리고 그 차가운 기운이 뇌에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몸이 마비되는 느낌을 사랑한다. 그 특유의 시원함과 개운함 그리고 감칠맛에 절로 탄복하게 된다.
아쉽게도 이 동치미 국수는 한겨울 아주 짧은 시기에만 맛볼 수 있다. 귀한 음식이다. 겨울철만 되면 조건반사처럼 동치미와 동치미 국수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내 침샘을 자극해 오는 건 이러한 연유 탓이다.
동치미 국수가 맛이 있으려면 무엇보다 동치미를 맛있게 담가야 한다. 그리고 동치미 맛의 차이는 담그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집 동치미는 아내의 손맛이다. 그런데 그 아내의 손맛은 내 어머니의 손맛에서 비롯됐다. 어머니의 손맛은 어머니의 어머니의 손맛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손맛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손맛이다.
그러니까 겨울철이면 유독 생각나는 이 동치미 국수는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그 윗대의 손맛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내리 이어온 소울 푸드였던 셈이다. 누군가는 단순한 무 김치에 불과하다며 동치미를 폄하할지 모르겠으나 이 단순함 속에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전해져 온 전통의 손맛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기막힌 음식 맛에 매료된 난 겨울철만 되면 자연스럽게 이를 떠올리면서 입맛을 다시게 된 것이다.
아내가 나를 위해 오늘 점심 메뉴도 동치미 국수로 정했다. 동치미 국수를 만드는 과정은 무척 단순하다. 국수 면발을 삶아 그릇에 담고, 동치미 국물과 작게 썬 동치미 무를 곁들이면 된다. 여기에 각자 취향에 따라 설탕 등을 얹어 잘 저어 먹으면 그만이다.
한겨울이 아니면 결코 맛보기 어려운 소울 푸드 동치미 국수. 알고 보면 정성 가득한 이 음식은 오늘 같이 추운 날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 맛이다. 나는 '얼죽동'(얼어 죽어도 동치미국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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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 맛.. "얼어 죽어도 포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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