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해야 할 여러 이유 중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임신 할 당사자의 생각은 배제되거나 밀려난 채 세워지는 임신 계획이 과연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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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내 주변에 특히나 아는 동생들의 새해 계획 중 몇몇 공통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임신'이다. 주변에는 3개월 차부터 3년 차까지 신혼부부들이 꽤 있는데, 하나 둘 올해는 임신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20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나는 우선 그들의 큰 결심을 응원해 주었고, 내가 겪은 경험치 안에서 최대한 그리고 적나라하게 뭐든 알려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대답 대신 우선 한 가지를 먼저 물어보았다.
"너의 생각은 어때? 아이를 가질 마음이 들었어?"
그런데 나이도, 직업도, 결혼한 지도, 생각도, 삶의 패턴도 모든 것이 다 다른 그녀들이 아이를 갖기로 한 이유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첫째, '시부모님'이 너무 원하신다는 것.
둘째, '남편'이 너무 원한다는 것.
셋째, 그래서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동생 A의 시부모님은 '호랑이띠 아들'을 원해 올해 꼭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 동생 B의 6살 차이가 나는 남편은 '본인'의 나이가 이제 곧 마흔이라며 올해 꼭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다.
동생 C는 결혼 3년 차, 남편이 그동안 아이를 원하지 않았는데 시부모님은 왜 아이를 갖지 않냐고 아들이 아닌 '며느리에게만' 물었다고 했다. 남편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그래도 네가 갖자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고. 그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들이 아닌 며느리와 아내의 마음은 어떤지 먼저 물어봤느냐고. 꼭 시부모만이 아닌 친정 부모인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임신을 해야 할 여러 이유 중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임신 할 당사자의 생각은 배제되거나 밀려난 채 세워지는 임신 계획이 과연 맞는 걸까. 나는 잠시 응원의 마음을 미루고 전화기 너머 동생을 끄집어내 당장 내 앞에 앉혀두고 진지하게 다시 묻고 싶었다. 엄마가 될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임신, 출산, 육아는 엄마가 될 '내'가 200% 원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런데 아이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이 원해서가 된다면 행여나 나중에 힘든 시간을 거칠 때 생겨나는 미움과 화도 그 사람을 향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아이까지도 원망스러워질 수 있다. 비뚤어진 마음은 관계를 틀어지게 하고, 악화된 상황 속에서 삶은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동생들은 걱정이 많았다. 임신 후 본인에게 일어날 몸의 변화와 출산의 고통, 그 후 자신이 겪게 될 혼돈의 시간과 휴직, 퇴사,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영원히 일도 삶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까지. 그런 이야기들은 제대로 나눠 보지도 못한 채 '낳아야지'와 '언제 낳을 거니' 하는 말만 듣는 상황이었다. 그저 '아이'를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엄마'를 생각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 원망스러워졌다.
'엄마'를 생각해도 설레는 임신이 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