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코로나19가 국내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이전 수준(1.25%)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제반 상황과 물가, 앞으로의 전망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경제 상황에 맞춰 금리를 추가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로 금리 시대의 종말' 이후 세 번째 금리인상
한은 금통위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00%에서 1.25%로 0.25%p 인상했다고 밝혔다. '제로금리 시대의 종말'을 알린 지난해 8월의 금리인상까지 포함하면 기준금리가 5개월 만에 세 차례(0.75%p) 오른 셈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한 것 또한 14년여 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금통위는 지난 2007년 7월과 8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2개월 전으로 원상복귀됐다.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던 지난 2020년 3월. 한국은행은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한 번에 0.5%p 내리는 이른 바 '빅컷'을 단행했다. 이후 같은 해 5월에 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0.5% 금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한은은 통화 정책 정상화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현 물가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고려하면 지금 (통화정책도) 실물 경제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앞으로도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돼 1.5%를 유지한다면 이는 긴축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도 "1.5%가 된다 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순 없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금통위가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최근 소비자 물가가 치솟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통화 긴축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 부채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해도 금융시장 불균형 역시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몇 개월 새 두드러진 소비자물가 급등은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4~9월까지 6개월 동안 2%대를 유지했던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대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11월(3.8%), 12월(3.7%) 연달아 3%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를 공업제품(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높은 상승세와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 제품,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녹록치 않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적인 물가 변동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근원인플레이션율도 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나 물류비용 상승,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병목'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주된 원인이다.
이 총재는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꽤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이 총재가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보다도 한 발 나아간 수준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2%대에서 3%대로 높게 전망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소위 '근원 품목' 중에 (가격이) 2% 넘게 오른 물품 갯수가 연초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며 "품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식 물가도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목했다.
금리인상 넘어 '양적긴축'까지...돈 거두기 속도 내는 연준
미국이 예상보다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 또한 한은이 금리 연속 인상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해 12월 정례회의에서 시장 예측치보다 강도 높은 금리인상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지난 6일 드러나 자산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FOMC 위원들은 "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빨리(sooner or at a faster pace)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FOMC 위원들은 금리인상을 넘어 '양적 긴축'까지 언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록에는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첫 기준금리 인상 후 일정 시점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는 문구가 적혔다. 연준이 지난해 11월 시작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다음 단계로 꼽히는 '금리인상'을 넘어, 이젠 시중에 도는 돈을 직접적으로 줄여나가는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로서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달러는 혼란한 시대에 소위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데 원화와 달러의 정책 금리가 차이가 크지 않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보다 안전한 달러를 구입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되면 자산시장은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실제로 직전 미국의 금리인상기였던 지난 2016년에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머니무브'가 두드러져 신흥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관련 기사: 다시 돌아온 금리인상기... 5년 전엔 신흥국 강타, 내년엔? http://omn.kr/1wkwc)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미국의 양적 긴축이 국내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양적 긴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내가 아니라 내년 이후로 예상됐지만 연내 시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금리인상에 더해 양적 긴축까지 더해진다면 (국내) 금융시장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미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질서있게 하겠다,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하겠다는 주장을 천명해 왔다"며 "(양적 긴축을 실시할 경우) 연준에서 통화정책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장에 알리고 미리 준비하게끔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재는 "(연준의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 상당 부분 국내 자산시장 가격 변수에 선반영 되고 있다고 본다"며 "또 우리 경제는 대외건전성이 다른 신흥국과는 차별화되어 있다. (자산시장 위기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전한 금융시장 불균형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에 가파르게 증가해온 가계부채 또한 추가 금리 인상에 한몫을 했다. 최근 들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축소되고 수도권, 지방의 주택가격 모두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금융 불균형'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 보다 2000억원 줄어든 106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1조6000억원) 이후 7개월 만의 감소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물경제 대비 부채가 크다. 지난해 12월 한은이 발간한 '2021년 12월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104.9%를 기록했다. 해외 30개 주요국 평균(63.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고 있지만 금융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돼 왔던 데 대한 리스크가 남아 있다"며 "앞으로 국내 경기와 물가, 금융 불균형을 종합 고려해 적정 수준의 기준금리를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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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동안 3번 금리 인상에도...이주열 "여전히 완화적,추가조정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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