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SM은 지배와 복종, 가학과 피학 등 성적 성향을 말한다.
추적단 불꽃
불법 촬영 범죄에 더 취약
과거 연인이 BDSM에 흥미가 있었다는 A씨, 그는 성적으로 연인을 맞춰주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A씨는 성향자가 아닌 터라 BDSM 플레이(BDSM 행위를 하는 것을 '플레이'라 칭함)에 두려움만 느낄 뿐이었다. 어느 날 애인은 A씨에게 낯선 이와 함께, 셋이 플레이하자고 말했다. A씨는 모멸감과 패배감을 느끼면서도, 애인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강박으로 원하지 않은 플레이를 해야 했다. 오래된 일이지만, A씨에게는 아직도 그 사건이 큰 상처로 남아있다.
B씨는 BDSM 성향자로, 트위터에서 만난 이와 플레이를 진행했다. 그러나 B씨의 상대는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행위를 하며 플레이 내내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B씨는 그에게 싫다고 말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그게 자신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명의 피해자 모두, 외부에 자신의 피해를 알릴 수 없었다. 자신을 이상하게 볼 것이란 사회의 인식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BDSM 성향자는 불법 촬영 범죄에 더 취약하다. BDSM 플레이 중에는 상대의 눈을 가리고 하는 플레이도 있어 상대가 나를 찍는지를 확인할 수조차 없는 때도 있다. 또한 주종관계의 경우, 합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로 주인이 시키는 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발생하는 불법 촬영도 있다. 이렇게 촬영된 피해물은 피해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포되기도 한다.
C씨는 플레이를 한 상대가 불법 촬영물로 지속적인 협박을 했다. C씨는 "그때는 합의를 한 관계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저 심리적 지배에 의한 강압적 관계였다"고 증언했다. 가해자는 C씨가 플레이를 거부하면 신상을 가지고 협박하며, SNS를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불법 촬영물을 뿌리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낯선 이의 협박은 C씨에게 트라우마가 됐다. 피해 이후 수년이 흘렀음에도, C씨는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7월, 본인이 디지털 성범죄를 겪었지만, 성향자라 피해를 밝히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당시 연락을 줬던 피해자는 불법 촬영을 비롯한 폭행, 협박 등을 겪은 상태였다. 우리는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비롯한 의료 지원 등을 안내한 바 있다. 불법 촬영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지 20년도 넘은 악질적인 범죄다. 누구에게나 괴로울 수밖에 없는 끔찍한 피해지만, BDSM 성향자에게 있어 불법 촬영과 비동의 유포는 더 끔찍하다. 불법 촬영된 성관계 영상에 그간 숨겨 왔던 본인의 성적 지향까지 담겨 타인에게 유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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