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권을 잡으면
오마이TV
지난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의 7시간 통화 내용 중 일부를 방송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혹자들은 보도 내용이 예상보다 약했다며 실망하거나 방송사를 비판했지만, 다른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방영되지 않았던 통화 부분이 공개되고, 타 매체의 관련 후속보도가 이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에 집중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분위기도 다소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방송 당일 페이스북에 "방송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하는 생각이다"라며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글을 올렸지만, 이후 김건희씨의 '미투' 발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18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2차 가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등 적극 방어에 나섰다.
무려 50여 차례에 걸쳐 7시간 45분 동안 계속된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와의 통화. 너무도 많은 것들이 나열되어 있어 오히려 무엇을 문제 삼아야 할지 어려운 그 녹취록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구절은 바로 권력의 주체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내가 정권 잡으면..."
<스트레이트> 방송 다음날 새벽 <서울의소리>가 MBC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부분의 녹취록을 자사 유튜브에 공개했는데, 여기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김건희씨 발언이 담겨 있었다. 백은종 <서울의 소리> 대표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MBC 방송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라며 "법원 판결 때문인지, MBC의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하도 답답해서 MBC가 빠뜨린 부분을 <서울의소리>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라고 말했다.
"내가 정권 잡음 거기는(서울의소리는) 완전히 (웃음)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아마."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아니고 '나'라니... 아무리 부부가 일심동체고 상대방에게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내'가 정권을 잡는다는 말은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해왔어야만 가능하다.
김건희씨가 윤석열 캠프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은 다른 대화에서도 등장했다. 이날 방송된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잘하면 1억 원도 줄 수 있지"라며 캠프 영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캠프에 와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실제 실행하기도 했으며 어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해결 방법 등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6일 이력서 내 허위이력 관련 사과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말, 그리고 행동과는 다른 것이어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캠프 이것저것을 챙기는 녹취록 속 김씨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중심에 섰던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을 떠올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검찰 권력의 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