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점선면' 전시, 제주한라대 산업디자인과 수강생들이 각자의 노동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작품들 모습.
유성애
나아가 벌써 10여 년 가까이 노동자로 살아온 나조차 몰랐던 지식을 알려주는 작품도 있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알려드립니다>(김소희)가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관련법이 강화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 원,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해도 300만 원, 근무장소 변경 등 피해자의 요청에 따른 조처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200만 원의 벌금을 물 수 있게 됐다(2021년 10월 14일부터 시행). 최근 상사의 괴롭힘으로 고생하던 친구 얼굴이 떠올라, 말해줘야겠다 싶어 더욱 꼼꼼히 읽어봤다.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는 게 힘들지는 않았을까. 전시에 참여했던 김수진씨는 관련해 "첫 알바부터 월급이 밀려 화도 나고 당황스러웠다. (전시 작품을 만들면서) 욕하던 사장 얼굴이 자꾸 떠올라 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그 기억을 마주하는 용기를 배웠다"며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수현씨도 "작업 전과는 달리, 급여와 처우 등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권리를 이제는 당연하게 챙기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전시가 진행되는 노동자책방엔 '노현넷(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의 청소년노동자 권리찾기 수첩, 일터의 부당대우 경험 등이 담긴 '제주 일하는 청소년 인터뷰 사례집' 등이 놓여 있어서, 실제 생활에서도 유익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하는 청소년 인터뷰 사례집'엔 소위 2000년대생, 갓 사회에 나온 10대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 경험들이 녹아 있었다.
"카운터에 있는데, 손님이 카드를 던지고는 '그것도 못 받냐'며 쌍욕을 했다(2002년생 조OO)", "불판이나 찌개 그릇에 손을 많이 데이는 데도 안전교육은 따로 없었다(2002년생 이OO)"는 증언들에 마음이 아팠다.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할 때 술 취한 손님들이 왔는데, 몇 살이냐 묻기에 열아홉이라니까 제게 '가슴이 크다'고 했다. 뉴스에서만 보던 걸 막상 당하니까 눈물만 나고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2002년생, 김OO)"며 성희롱 피해를 적은 이도 있었다.
계속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