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님의 '나'를 표현하는 사진
김명신
음악가 최혁님은 생계를 위해 야간택배일부터 장비설치일까지 병행하고 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제과제빵부터 커피, 타로카드까지 배웠다.
어린 시절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또 자신과 같이 늦은 나이에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청소년 교육상담학과를 전공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곡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공연과 앨범활동을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최혁님이 생각하는 한국사회와 한국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 청년, 예술가로서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색깔이 많지 않은 도시에요. 여러 색깔이 존중받지 못하고 항상 '몰이'를 하는 사회죠. 다수가 좋아하는 색만이 답인 것처럼 사회가 움직이고 있고, 원하지 않는 색은 이질적이고 불쾌하다고까지 여기는 거 같아요. 색깔이 많지 않은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극단적인 예는, 사람들이 제 곡을 들으면 도망가고 그래요.(웃음) 무섭다고요. 아무래도 전자음악이니까 낯설어서 그렇겠죠? 또 지금이야 식물로 만든 스테이크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초창기에 나왔을 때는 '뭘 그런 걸 먹어?'라며 생각보다 반응이 크지 않았어요. 충분히 맛있고 좋은데,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을 내려버리는 거죠."
- 그런 사회가 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시대의 급성장이요. 경제성장에 너무 몰두했고, 그 과정에 식민지 시절 보상도 포기하고 나라를 팔아먹듯이 외국의 돈을 빌리기도 했잖아요.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점진적 문화 교육이 병행되어야 했는데 너무 경제성장에만 몰두한 거 같아요.
또 길었던 군사정권시절이 억압된 사회를 만든 거 같아요. 튀면 안 되고 나대면 안 되고 잘난 척하면 안 되는 사회를 만든 거죠. 머리카락도 짧게 잘라야 하는 학교문화가 사실은 일제 잔재잖아요. 군사정권이니까 국민들을 다 병정처럼 획일화시킨 거 같아요."
- 살아오면서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변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은 만큼 임금을 주면 좋겠어요. 청소부가 겨울에 청소하기 힘들면 그 고통만큼 제대로 돈을 줘야죠. 제발 귀천 따지지 말고요.
산업화 시대가 되면 인간이 기계의 부품처럼 생산을 빨리 반복하는데만 집중하고 개인의 인권은 뒷전이 되는 거 같아요. 일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생산해내는 부품에 불과하죠. 그 과정에 알게 모르게 귀천이 생긴 거 같아요. CEO는 높이 우러러보지만 그 회사의 직원들을 그렇게 보지는 않잖아요. 직원은 부품일 뿐이니까요. 우리 사회가 청소하는 노동자를 하대하던 때도 분명 있었는데, 일하는 사람 개인의 삶을 보면 '한낱 청소부' 그런 식의 표현을 쓸 수 없다고 봐요. 효율, 고성장, 빨리빨리 문화가 여유를 없앤 거 같아요."
-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성에 대한 재미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양성을 지켜야 해!' 식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했을 때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주는 교육이요.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해요. 흥미가 없으면 시켜도 안 하잖아요. 새로운 것들, 소위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보통 낯설기 때문에, 불편하게 여겨지는 다양성을 사람들이 자주 접하고 알아갈 수 있는 장을 사회적으로 만들어야 생각해요.
물질만능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봐요. 의식주는 중요하잖아요. 특히 문화복지에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노블레스 오블리쥬가 필요해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원룸 임대로 돈을 불리는 것도 불로소득이라 보고, 정말 싫어요."
- 한국사회 정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뭐 장사치 같아요. 저는 정치인이 돈을 위해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정치인은 정말 다 같이 잘 살자는 선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자기 밥그릇만을 위해 계속 싸워요. 국회의원에게 월급을 안 준다고 해도 정치를 한다고 하면 인정이에요(웃음). 국민 모르게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월급을 올렸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장사치들 모임 같아요. 국민을 위한다면 싸울 일이 없죠. 이 사람이 좋은 의견을 내면 다른 정당의 소속이어도 서로 도와가며 일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그냥 다른 정당이면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일단은 물어뜯고 보잖아요. '넌 그냥 태생이 잘못됐어.' 이렇게.(웃음)
최근에는 거리두기 지침을 포함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들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의문이 들어요. 자영업자가 죽어가고 있고 경제는 여전히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요. 대기업은 코로나19시기에 이미 돈을 더 벌었다고 봐요. 정부가 대기업 눈치를 보는 건지 국민을 위하는 건지 의심이 돼요."
- 내가 정치인이 된다면 해결하고 싶은 게 있나요?
"귀천 없이 고생한 만큼 확실한 돈! 노동이나 음악을 했으면 그것도 지불! 노동의 대가를 확실히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 말고 다 같이, 행복하게 삽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획일적 '답정너' 세상... 고생한만큼의 대가는 줘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