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일인 지난해 4월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평중학교에 설치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소에서 퇴근한 직장인과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권우성
8년 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적이 있다.
정치경험이 전혀 없었는데 의욕 하나로 기탁금을 내고 예비후보자 등록을 했다. 선거사무실을 얻으러 다녔는데 단기임대 사무실은 찾기 힘들었고, 월세도 비쌌다. 법정 선거비용을 통장에 넣고 쓰기 시작했는데 곶감 빼 먹듯 통장의 잔고는 계속 줄었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새벽부터 여행가는 관광차들 앞에서 혹은 차안으로 들어가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장례식장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일일이 찾아서 밤늦게까지 다녔다. 당에 소속되지 않은 난 선관위에 문의해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그런데 선거초반부터 애먹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 알려준 잘못된 정보로 선거용 차량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빵빵한 스피커가 달린 유세차량에서 큰 목소리로 첫 인사를 드리는데, 나는 3일 동안 앰프를 바닥에 끌고 다니면서 길거리 유세를 해야 했다.
좌충우돌하면서 선거를 치렀고 불필요한 부분에 비용이 많이 나가, 결국 예상비용보다 훨씬 많이 쓰게 됐다. 12.7% 득표로 법정비용의 절반은 돌려받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 못 미치는 40% 정도 금액을 돌려받았다. 두 번째는 지난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였는데 기탁금 500만 원을 냈고 비례대표여서 그런지 당에서 모든 비용을 내고 관리도 다 해줘서 선거운동원들과 선거운동만 할 수 있어서 훨씬 수월했다. 15번을 받았고 결국 낙선했다. 선거는 돈도 들고, 힘도 들고 감정노동도 심하다. 몇 개월간 하던 일도 모두 접어야 한다.
기탁금은 얼마를 내야 하는가?
2022년 올해는 두 가지 선거로 정국이 뜨겁다.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예비후보 26명이 등록을 한 상태다. 대통령 선거비용제한액은 513억900만 원으로 인구수×950원으로 산정된 액수다. 어마어마한 액수인데 과연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 예비후보 중 몇 명이 본 선거까지 완주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돈이 없는 신인 정치인이 선거후보가 될 수 있을까? 대통령선거의 경우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데도 기탁금 600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56조에는 선거 기탁금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1987년 후보자 난립을 방지할 목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대통령후보의 기탁금은 3억 원이고 중앙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때는 기탁금 3억 원의 20%를 내야 한다.
기탁금은 돌려받는가? 당선된 경우, 후보자가 사망한 경우,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당 기탁금도 추가로 내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 기탁금이 3억 원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예비경선 1억 원, 본경선 3억 원 등 총 4억 원, 국민의당 후보는 1억 원을 추가로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에서 단독후보가 아니고 경선을 치르게 되면 기탁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경선을 거쳐서 최종후보가 됐을 때, 본 선거의 기탁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대통령선거는 3억 원, 지역구국회의원선거는 1500만 원,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는 500만 원, 시·도의회의원선거는 300만 원, 시·도지사선거는 5000만 원,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는 1000만 원, 자치구·시·군의원선거는 200만 원이다. 예비후보자가 해당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때에는 제60조의2제2항에 따라 납부한 기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면 된다.
선거비용제한액이란?
누구나 선거후보가 될 수는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후보등록을 할 수도 없다. 또한 선거비용을 보전받기 전까지 선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후보자가 모두 부담을 해야 한다. 선거에서 돈을 쓴 후 후보자는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 득표해야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다.
누구나 선거 후보로 나올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열어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돈 없인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선거비용을 쓸 수도 없다. 선거운동의 과열과 금권선거를 방지하고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운동의 불공평을 방지하기 도입된 것이 '선거비용제한액' 제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6월 1일 실시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후보자가 쓸 수 있는 선거비용 제한액을 1월 21일 산정·공고했다. 선거별로 물가 상승률과 인구수 또는 읍·면·동수를 반영해 산정한 액수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부산시장의 선거비용제한액은 각각 34억3100만 원, 44억1900만 원, 14억7800만 원이다. 제한액이 가장 낮은 곳은 세종시장 선거로 3억2800만 원이다. 교육감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 산정기준 및 금액은 시·도지사선거와 동일하다. 경기도지사와 교육감 선거 비용 제한액은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비용 제한액 중 제일 많으며, 지난 7회 지방선거보다 2억4200만원 오른 것이다. 이는 선거비용제한액 산정 시 반영하는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이 제7회 지방선거 때의 3.7%에서 5.1%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거공영제의 취지는?
대부분의 국가는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법률을 두고 있다. 부정한 수단이나 지나친 관권 또는 금력의 개입을 막아 입후보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선거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개인의 돈이 아닌 국가의 돈으로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기초단체장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 평균은 1억5800만 원이다. 가장 많은 곳은 수원시장선거 3억9200만 원, 가장 적은 곳은 울릉군수선거 1억 원이다. 지방의회의원선거의 경우 지역구광역의원선거가 평균 4900만 원, 지역구기초의원선거 4200만 원이다. 비례대표광역의원선거는 평균 2억200만 원, 비례대표기초의원선거는 평균 4900만 원이다.
선거를 할 때 많이 쓸수록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실제 선거비용은 선관위책정비용의 2배~10배가 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가 국회의원 선거나 공직자 선거를 관리하는 일이 선거공영제이다.
국가의 돈으로만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