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파 재건중학교한쪽이 쓰러진, 2022년 1월 현재 모습
서상일
그밖에 극장이 있던 터, 럭키클럽(미군 클럽) 건물, 정미소 등도 '마치 유령처럼' 자리에 남아 있다. 이곳에서 다행인 점은, 한 시대를 증언하는 건물인 라스트 찬스가 2021년에 경기도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군 클럽이 사라지거나 그렇게 될 처지에 놓인 반면 라스트 찬스는 잘 보존된 채 남아 있다. 잊혀진 라스트 찬스가 세상에 알려진 배경에는 사진작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윤상규씨의 노고가 있었다. 그가 라스트 찬스를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며(2013년 12월~2019년 1월) 그곳을 지키고 알리는 활동을 한 덕분에 근대문화유산 등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잊혀진 현대사를 만날 수 있는 현장, 에코뮤지엄이 된다면?
장파리 마을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 주둔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현장을 볼 수 있다. 한 시대의 화석을 만날 수 있어 희귀한 장소다. 접경 지역인 파주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한국전쟁 이후 민초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기도 하다.
오늘날 기지촌의 역사를 돌아볼 때, 때로 자랑스럽지 않고 부끄러운 모습이 있더라도 그것 또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외면하고 모른 채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품고 보듬어야 할 역사다.
최근 여기저기서 도시 재생 논의가 얄팍한 유행이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이곳을 보는 것은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예의'를 다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겠다. 즉 역사적 접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선,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라스트 찬스 앞에 안내판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아가 마을 자체가 근대문화유산일 수 있는 이곳이 '에코뮤지엄'(Ecomuseum,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그 자리에서 보존하고 활용하는 마을 박물관)으로 성장한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또는 생활했던 주민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이야기를 활용해 특유의 장소성을 드러내며, 한 시대를 돌아볼 수 있는 에코뮤지엄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그것이 '장파리의 라스트 찬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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