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포크 편지조지 포크가 지브롤타에서 부모님에게 보낸 1883년 12월 29일자 편지 .
미의회도서관 소장; 김선흥 촬영
지브롤터항은 스페인 남단에 있지만 영국 직할령입니다. 그곳의 우리 영사가 영접을 나왔고 그의 안내로 우리는 명승고적을 관람했습니다. 마침 영국의 에딘버러 공이 군대를 사열하는 광경을 관람할 수도 있었지요.
며칠 후 지브롤터를 떠나 마르세이유항(프랑스)으로 향했지요. 순풍이 불어주어 항행은 순조로왔습니다. 유명한 마르세이유 항에 다다랐을 때에는 새해 1884년의 1월 6일이었습니다. 다행히 민영익은 하선하겠다는 소리를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트렌턴호는 마르세이유에서 연료와 음식물도 보충하고 수리, 정비도 할 겸 3주간 정박했습니다. 우리는 마르세이유를 사나흘 관광한 뒤 1월 10일 리옹Lyon역으로 이동했지요. 헌데 역에서 그만 도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지 뭐예요. 나와 민영익의 가방을 받아 든 짐꾼이 종적을 감춰 버린 것입니다.
내 가방 속에는 세면도구와 옷가지며 책자, 자료, 사진 등속이 들어 있었고 민영익의 가방에는 그가 그처럼 소중히 여기던 사모관대가 들어 있었지요. 도둑을 잡기 위해 현지 미국 영사, 프랑스 역무원 및 경찰이 총동원되었지만 도둑이 한 수 위였습니다. 그 때 사라진 민영익의 사모관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분실물을 포기한 채 찜찜한 기분으로 기차에 올랐지요. 장거리 이동 끝에 내린 곳은 칼레역이었습니다. 칼레Cales는 프랑스 북부 항구로서 도버해협을 끼고 영국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유서깊은 곳이죠. 칼레 역에서 여객선으로 갈아타고 도버해협을 건넜지요. 대영제국의 심장 런던에 발을 디딘 것은 1월 16일이었습니다.
런던에서는 랑함Langham호텔에 투숙하여 일주일을 보냈지요. 랑함 호텔은 1865년에 건립된 이래 오늘날에도 건재하고 있는 유서 깊은 호텔이지요. 140년 전 민영익 일행이 바로 랑함 호텔에 투숙한 최초의 조선인인 셈이군요.
우리는 런던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여러 활동을 하였습니다. 우선 시내의 명승고적을 두루 관람했지요. 윈저 궁전, 웨스트민스터 사원, 수정궁, 국회의사당, 하이드 파크, 동식물원, 터소우 밀랍인형관 그리고 대영박물관.
특히 대영박물관은 조선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나는 민영익 일행에게 영국이 인도, 중국, 이집트로부터 문화재를 약탈해 온 사실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면서 조선인들의 반응을 살폈지요.
-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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