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 올 때까지 고양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화를 걸어 온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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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걱정하지만 동물을 병원에 데려가는 건 상상한 적 없었을 고모의 따뜻한 목소리와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하다고 믿었던 실질적인 숙제들 사이에서 다소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고모는 근처에서 길고양이들이 태어났다가 또 금방 죽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다고 했다. 사람 손이 닿으면 좀 낫겠지 싶어 데려왔다는 고양이가 가능한 아픈 데 없이 잘 먹고 잘 컸으면 싶다.
사실 다방면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람보다 팔자가 좋다' 소리를 듣는 개나 고양이도 있지만, 한편에는 무더위로 사람이 탈진하는 여름에도, 한파에 속눈썹까지 얼어붙는 겨울에도, 마당에 짧은 끈으로 묶인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시골 개들도 있다. 최근에는 이 역시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많은 시골 어르신들은 그저 개는 원래 그렇게 키우는 줄로 알고 계셨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동물을 '잘' 키우는 방법에 접근하려면 사실상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정보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그나마 낫지만, 인터넷을 잘 활용하지 않는 세대가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돌봄 방법을 배우는 것은 여전히 사각지대 안에 놓여 있다.
길에서 급하게 고양이를 구조하거나 우연한 기회에 입양하게 된 지인들도 고양이를 키우는 나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묻는 일이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만큼 필요한 정보를 얻을 만한 공식적인 창구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했을 때 동물 등록을 해야 하는 것처럼, 이들이 한 생명을 책임질 준비를 돕는 것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세울 때마다 유기동물을 줄이고 번식장 문제를 해결하며 진료비를 표준화하겠다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된다. 모두 중요한 문제지만, 더불어 근본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단계부터 차곡차곡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동물을 입양할 때부터 돌봄의 기본과 책임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이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입양자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펫숍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충동 구매' 하고 또 키울 수 없어 버리는 일은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는다면 갑자기 고양이를 키우게 된 고모가 나에게 한 "고양이 키우려면 무슨 교육을 들어야 한다면서? 어디서 보니?" 하는 질문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고모에겐 참고할 만한 인터넷 주소를 알려드렸다). 우리 사회에 그런 교육 과정이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악의를 가진 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