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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유지에 골프장 건설? 망가지는 거 두고 볼 수 없어"

[현장] 홍성 장곡 골프장 건설 반대 주민들, 2번째 내포문화숲길 걷기대회

등록 2022.02.21 11:02수정 2022.02.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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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 장곡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 20일 내포문화숲길 걷기를 진행했다.
홍성 장곡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 20일 내포문화숲길 걷기를 진행했다. 이재환
  
2021년 12월, 충남 홍성군은 군유지 24만 평을 매각해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A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같은 소식에 군유지 주변의 장곡면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하수 고갈과 홍성군 유기농특구의 이미지 훼손이 주된 반대 이유이다.

현재 3선인 김석환 홍성군수가 임기 말에 군유지 매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방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임을 3선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곽현정 상송1리 이장은 "군유지는 군민을 위해, 군민이 원하는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며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업체의 모기업이 폐기물 관련 업체란 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군청 앞 1인 시위와 홍성군의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또한 골프장 인근 내포문화숲길걷기대회도 매달 진행하고 있다. 상송리 일원의 자연환경과 보존가치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장곡면 옥계리와 상송리 주민들을 포함한 홍성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을 막고 군유지를 지켜야 한다'며 내포문화숲길 걷기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걷기대회는 지난 1월 23일에 이어 두 번째 행사이다. 걷기대회에 앞서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강영한 옥계2리 이장은 "마을에서 3대가 살았다"며 "군유지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소수라고 해서 군유지를 마음대로 매각하려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옥계리 주민들은 골프장을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 주민 이재혁씨도 "지난해 갈산면 오두리 마을에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해 결국 저지했다"며 "주민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싸움이 끝날 때 까지 주민들이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끝까지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며 주민들을 응원했다.


홍성이 매각하려고 하는 장곡 군유지는 국가문화숲길로 지정된 내포문화숲길의 노선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문순수 내포문화 숲길 사무처장은 "장곡은 백제부흥운동의 중요한 거점이자 중심지이다. 대현리에 있는 장곡 산성이 중심에 있다. 골프장이 들어서려고 하는 옥계리와 대현리를 연결하는 별티재와 기러기재가 있다"며 "이 노선은 백제 부흥군들이 지키고자 했던 백제의 중요한 길목이다. 이런 지역이 골프장과 같은 개발행위로 망가지는 것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장에서 나오는 법인세는 1년에 2~3억 원 수준이다. 그 수익을 위해 내어주어야 하는 것들이 더 크다. 군유지가 대부분이다"며 "군유지의 가치는 겨우 2~3억 원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순수 사무처장은 군유지 활용과 관련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군유지를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개발하고자 한다면 백제부흥운동의 역사를 담은 장소로 개발하거나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소수의 골프 마니아층이 아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그것이 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포문화숲길 #홍성 골프장 #장곡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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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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