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숫자화 되지 못한 폭력에 '책임자'를 묻다

등록 2022.02.23 13:38

수정 2022.02.23 14:18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1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남소연

"지난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했는지 아십니까. 알기 어려우실 겁니다. 믿을 만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리 범죄 통계는 1명의 피해자가 여러 젠더폭력(스토킹, 성폭력, 가정폭력 등) 피해를 입었어도 각각의 폭력이 분절돼 통계가 작성되기 때문에, (개인에게 가해진 폭력의 유기적인) 파악이 어렵습니다." - 2021년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 감사 중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류근관 통계청장 이렇게 물었다. '유기적 통계'가 없기에 여성을 향한 폭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이를 기반으로 명확한 정책을 수립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범위를 좁혀 '여성 자영업자'를 향한 폭력 통계는 어떨까. 공식 통계, 그 자체가 없다. 지난 1월 10일 서울 강북구 한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40대 A씨는 영업시간이 종료된 오후 9시, 여성 업주가 퇴실을 요청하자 프런트에 있던 유리병으로 여성 업주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이 같은 여성 자영업자를 향한 폭력이 최근 몇 건이나 일어났을까, 우리사회는 그 숫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그 숫자의 일각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직접 여성 자영업자 102명을 만나 '남성 손님이나 손님 외 남성에게 공포를 느낀 적 있냐' 물었다. 74명(72.5%)이 공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관련 기사 : 열린 문 - 여성 자영업자 폭력 보고서). 또, 식당 자영업자가 피해자인 판결문 217건을 찾아(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 2021년 1월 1일 ~ 6월 30일 선고된 사건) 이 중 74.2%에 해당하는 161건의 피해자가 여성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23일 장 의원은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여성 자영업자 젠더폭력·스토킹 범죄에 대한 통계 작성의 '책임자'를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국감 발언, 인터뷰 등을 통해 "젠더폭력을 포착할 눈(제대로 된 통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 활동의 연장선이다.

"자영업자 젠더범죄 통계조차 없어, 국가 기본 의무 저버린 것"

법안은 여성 자영업자 젠더폭력·스토킹 범죄에 대한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 진행 및 공표 의무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동시에 젠더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재원을 확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장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오마이뉴스> 조사에 따르면 여성 자영업자 70% 이상이 영업 과정에서의 젠더폭력·스토킹 범죄 등을 항상 걱정하며 영업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에 학계·법조계에서는 자영업자 젠더 범죄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제대로 된 성인지 통계 생산이 이루어져야 적절한 대책과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장 의원은 "실제 여성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젠더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정부·지자체·치안당국의 강력한 범죄 예방 정책 마련과 집행은 고사하고 이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이는 국가의 기본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범죄 예방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범죄를 당하는지 정확한 실태조사와 관련 예방 정책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자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마음 편히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보장받게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이탄희·이수진(비례) 의원, 정의당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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