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멀쩡한데 왜 바꾼대? 심지어 요즘 같은 친환경 시대에... 아이고 의미 없다."
교육부에도 써야 할 돈이 많은가 보다. 교무실 환경 개선 사업 예산 3억 6천만 원을 받았단다. 책상 바꿔주겠다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이유는 교무실 환경 개선 예산이 신 신고 있는 사람의 발바닥 긁어주는 것처럼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교무실은 환경 개선 사업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다. 60명이 복작거리며 한 교무실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장 제외한 교사 수가 총 73명인데, 교무실은 달랑 두 개다. 3학년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교사 13명을 제외하고, 한 교무실에 60명이 앉아 있다.
60명이나 한 공간에 앉아 있으니 번잡하고 시끄러울 때가 많다. 학생들까지 수시로 내려오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교재 연구야 뭐 각자 어찌저찌한다고 해도, 학생 상담철만 되면 담임들은 조용한 곳 찾아다니느라 난리다.
교무실 환경 개선 예산이 있다면 교무실을 소규모화해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교무실은 교사의 연구실과 학생 상담실로 사용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소규모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간은 부족하고, 새로 공간을 뺄 만한 비용은 안 되고, 받은 예산은 써야 하니 교무실의 책상만 바꾸고, 복도를 트는 교무실 공간 확장 공사를 한단다. 그리고 아쉬운 대로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주겠다며 책상 두 가지 모델과 교무실의 책상 배치도 두 가지를 보여주며 골라 보라고 했다.
"기존 공간을 활용해서 현재의 교무실을 이리저리 나눠서 재배치하면 학년별 교무실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 공간도 예산도 없다고 그건 아예 논외로 치고, 책상 두 개 중에 골라라, 책상 배치도 중에 마음에 드는 것 골라라 해서 저는 진짜 골랐잖아요. 그런데 책상 배치도는 교사 의견 반영할 생각도 없으면서 왜 고르라고 했을까요?"
"공간이 없는 게 아니라 공간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일 수도 있어. 60명이 한 곳에 있으면 한눈에 파악되고 관리자 입장에서는 더 좋잖아. 책상 배치도도 결국 관리하기 좋은 걸 자신들의 뜻대로 선택했잖아. 예산도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아."
새 책상으로 바꿔 주겠다는데 그 서비스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낭비처럼 느껴지는 이 아이러니함이란! 비단 학교뿐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책상이 아니라는 걸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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