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무침과 두부부침으로 간단한 상차림냉이의 향과 들기름에 부친 두부가 잘 어울린다.
김소라
부럼 먹는 날이라고 하는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 되면 정말로 봄나물의 시즌이 시작된다. 나에게 봄나물은 평등한 음식이다.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순자가 말하듯, "미나리는 어디에 있어도 알아서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건강하게 해준다." 냉이, 쑥, 미나리 등 야생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나물들은 잡초처럼 어디서든 자라지만 고유한 향을 가지고 한 계절을 향긋하게 꾸며준다는 점에서 참 좋다.
어릴 적 운동장 구석에서 흙을 파고 놀다가 민들레보다는 덜 보송보송하지만 작은 흰 꽃망울이 톡톡 터져있는 잡초를 쑤욱 뽑아본 적이 있다. 무심코 뿌리의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냉이와 똑같은 냄새가 나자 기절초풍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건 냉이였다. 냉이가 잡초였다니!
나중에야 꽃대가 올라오기 전, 바닥에 엉겨 있는 작은 풀덩어리가 먹을 수 있는 상태의 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나물은 사실 지천에 있고 부지런한 누군가가 캐준 것을 먹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기운이 두 배로 나는 듯 하다.
오늘 소개할 간단 비건레시피는 냉이된장무침이다. 나물은 손질이 반이라고 할 정도로 손질만 잘 마치면 조리는 금세 끝난다. 질긴 부분을 제거하고 흙만 잘 씻어주면 데치고 무치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냉이는 나물 중에서 손이 좀 많이 가는 쪽에 속하는데, 뿌리 다듬기가 영 익숙치 않다면 참나물, 취나물 등 간단히 씻어내기만 하면 되는 나물 요리를 먼저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냉이의 편을 들어보겠다. 냉이야말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이 가장 맛있다! 제철 봄나물의 향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란다.
참 쉬운 냉이된장무침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