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크림
Pexel
모든 화장품을 끊었다
세수는 물 세안을 했고, 얼굴에는 시어버터(shea butter)를 아주 조금 손에 묻혀서 손을 비빈 다음에 얼굴에 살짝 눌러주는 정도만 했다. 보습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피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살짝 막아주는 역할이었다.
이렇게 하자 물론 피부는 극심하게 당겼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믿어 보기로 하였다. 신기하게도 일주일 정도 지나자 당김이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하얀 피지 같은 것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지만 그게 일반적인 수순이라고 읽었기 때문에 그냥 두고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피지는 저절로 떨어져서 없어졌다!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대략 2주일에서 한 달 사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예민하게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고 변화를 찾아보곤 했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잊어버리고 살았더니 그냥 아주 편안한 피부가 되었다.
당시에는 과연 이 생활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8년 차가 되었다니 나도 놀랍다. 한 일 년쯤 지났을 때부터는 더 이상 피부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고, 완전히 적응을 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기미는 오히려 줄었다.
세안은 물로만 한다. 화장하는 사람들은 저녁에 자기 전에 "씻기 싫다!" 이런 생각 많이 하는데, 이제는 그냥 화장실 간 김에 씻으면 순식간에 끝나기 때문에 귀찮음을 느낄 일이 없다.
그리고 피곤해도 화장이 안 먹는다고 불평할 일이 없다. 분위기를 약간 내려면 눈가에 섀도 약간, 입술에 립스틱 약간 발라주는 것이 전부인데, 다들 분 바른 줄 안다. 피부염과는 완전히 작별했다. 가장 좋은 것은 코 옆 피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코팩이라든가, 코 피지 제거는 이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침에 나갈 때의 얼굴이나 저녁때 들어올 때의 얼굴이나 똑같다. 무너진 화장발 같은 것도 전혀 없다. 악건성에 시달리던 시절은 사라졌고, 무슨 클렌징 제품을 써야 할지 고민하던 시절도 끝났다. 여행할 때에도 화장품을 작은 병에 옮겨 담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고, 가방도 가볍다.
나는 이렇게 화장품으로부터 독립을 하였고, 더이상 그립지 않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자연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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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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