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일하는 B씨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에서 고 있다. 못하고 매출과 실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무관)
픽사베이
B씨에 따르면, 백화점 매니저가 되려면 먼저 최소 한 분야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을 채워야 하고 채용될 시 본사에 보증금 약 1000~2000만 원을 낸 뒤 일정 퍼센트의 상품 판매 수수료를 받아 직원의 월급을 지급하면서 매장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매니저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사뿐만 아니라 백화점 소속 직원의 통제를 받으며, 매장 매출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기도 한다.
백화점 관리자는 매장을 순회하면서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거나 불량한 근무태도 등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또한 매니저들의 고충을 듣는다는 얄팍한 명분 아래 저조한 매출에 관한 화두를 꺼내며 은근히 매출 압박을 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좋지 않으면, 매장은 안 좋은 자리로 밀려나다가 끝내는 철수하는 경우가 잦다.
백화점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본사는 매출에 따라 등급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등급이 낮아지면 본사에서 상품을 적게 받게 되고 또 그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경영 악화 시 매니저가 교체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신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매장은 철수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매니저는 항상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늦게까지 근무를 하는 등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기 일쑤다. 매출과 직결된 이벤트성 행사를 대비하기 위해 시간제 노동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봉착하게 되는데, 만약 시간제 노동자를 채용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가족을 동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매장과 행사장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 등을 이유로 비워둘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최소 2명은 상주해야 하니, 통상 매니저 포함 2~3명이 일할 수밖에 없다.
사업주이면서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떠넘기기
매장 운영 시 매출이 잘 안 나오면 직원의 퇴직금, 4대 보험, 주휴수당, 휴가, 유니폼 지급 등 모든 항목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매출을 올리기 위해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직원들의 불만을 인지해도, 연장수당은 지급하지 못하고 회식으로 마음을 달래줄 뿐이다. 이런 부분에선 사업주의 면모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상품 판매 수수료에는 직원 고용 등 매장의 기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포함돼 있어 오래 일한 직원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정작 매니저 본인은 장기 근속해도 본사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백화점 매니저는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사업주라 하기에도 모호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대리점의 중간관리 매니저직과 백화점 매니저를 견주면 어떠할까? 주 업무에선 큰 차이가 없다. 아침에 입고 상품을 수령하여 검수한 뒤, 매장 청소 및 진열을 마치고 고객을 응대하는 것이다. 더불어 창고 정리와 재고 관리, 행사를 도맡아 한다. 하루 온종일 서있기 때문에 직업병인 하지정맥류가 따라오는 것은 덤이다.
아무리 의자가 주어지고 편의를 봐준다고 해도 고객을 응대하려 서 있는 시간도 상당하고, 상품 정리 시 커다란 박스를 지고 옮기고 하는 육체노동은 임산부에겐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퇴사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다시 노동 시장에 재진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