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대체로 방송사의 지시를 받으며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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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프리랜서로 일하며 겪는 문제점들, 어떤 것들을 마주할 때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나요?
"현재 한국사회에서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사실상 자영업자예요. 저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사람만 노동자고 프리랜서로 노동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닌 거예요. 사회가 바뀌고 고용형태가 바뀌고 있는데 노동자에 대한 인정은 그대로이니, 제도가 꼭 바뀌어야 해요. 그래서 이런 직군들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하고 그에 맞는 사회 보장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요. '프리랜서들은 안정적이지 못 하다' 이 지점 때문에 부모님들도 다 반대하잖아요. 실제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기는 하거든요.
제가 이 일을 n년간 하면서 되게 많이 느꼈던 거는 하나의 방송을 위해 사전에 준비할 게 굉장히 많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녁 방송이 있으면 아침부터 준비를 해야 돼요. 하지만 저희는 페이를 1회당 가격으로만 받아요. 거기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만약 한 프리랜서 노동자가 프로그램의 폐지로 직장을 잃었을 때 그 사람은 다른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는 한 실업자가 되거든요. 근데 실업급여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실업자로서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대체로 노동환경이나 임금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과정을 오롯이 개인이 떠맡아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문제점은 없나요?
"사실상 회사와 저희는 갑과 을의 관계이고,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을의 위치에 놓여 있다 보니까 임금에 대한 어떤 협상조차 저희는 자유롭지가 않아요. 이런 구조들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프리랜서가 노동자로 인정을 받고 국가에서 어떤 보장을 해 주는 제도 아래에 있다면 직장에서도 을의 위치에 놓이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는 어떤 권한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마련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상 하나도 없어요. 왜냐면 이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아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희는 이런 거를 다 받아들이고 '내가 이걸 선택한 거야'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탓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라는 직업군 자체가 어떻게 보면 내가 프리랜서를 하고자 이 일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 근데 프리랜서를 하고 보니까 이런 건 있어요. 프리랜서 자체는 스페셜리스트로 내가 좋하는 일을 열심히 해서 전문가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계속 그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는 일반 직장인보다는 조금 더 자아실현이 강한 직종이다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노력하고 성과를 내고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죠. 그 즐거움에 반해 사회 보장 제도 그리고 직장에서 나의 위치가 너무 낮게 여겨지고 어떤 권한도 없다보니 이 직업군을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버티기가 사실은 좀 힘든 부분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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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국면에서 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가 제안하는 대선의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중 꼭 공약에 반영돼야 할 의제가 있다면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다 필요한 의제지만 저는 사각지대 없는 일터가 엄청 와 닿았고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가에서 처음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들여다봤던 것 같아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젠 국가에서 보장 제도를 만들어줘야 해요. 이들을 어떻게 노동자로 인정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이들을 위한 사회 보장 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경력 단절 부분 있잖아요. 여성이 양육을 하면서 직장에 계속 다니는 분위기가 많아졌다라고 하지만 제 주변은 공무원이 아닌 이상 대부분 직장을 다 그만두더라고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개인적인 것도 있겠지만 저는 환경에서 제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 주변을 보면, 5-6살의 어린이를 키우는 기혼여성들이 있는데 그들은 충분히 일 할 수 있고, 자신이 지닌 개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양육을 하면서 일을 포기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왜 이럴 수밖에 없을까, 싶으면서도 다들 '내가 선택한거다' 이렇게 생각해요. 근데 한국사회엔 사실상 애는 엄마가 키우고, 그러려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인식, 편견이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거죠. 자신의 의지가 아님에도 자기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어떤 제도가 없음을 못 느끼더라고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이 직업군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상 지금은 이 직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지만 저도 이제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계속 내 꿈을 쫓고 싶지만 그러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이 한 번의 선택에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