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이북 철책 접근 금지 안내문
이승숙
그런데 저희가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곳은 군사보호법에 의해 철책 부근 접근 및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는 곳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인화리에 도착해서 인화돈대를 향해서 언덕을 오르려는데 저쪽에서 군용 트럭이 한 대 오더니 우리 앞에 섰습니다. 부사관 한 명이 차에서 내리더니 길을 막았습니다.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확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은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강화도의 경우 철책 부근에도 민간인이 사는 동네가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논밭도 철책과 붙어 있고 차가 다니는 도로도 철책을 따라 있습니다.
그래서 무심했습니다. 철책이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을 대변해주지만 우리는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처지임을 예기치 않은 상황을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인화돈대는 누구나 갈 수 있습니다. 민통선 안이지만 접근 금지구역은 아닙니다. 단, 철책 주변 사진 촬영은 금지입니다. 부사관의 요청대로 인적 사항과 연락처를 알려준 뒤 다시 돈대로 향합니다.
돈대로 올라가는 길은 공사장을 거쳐 가야 합니다. 그곳을 피해 가자니 찔레가시덤불을 헤쳐야 합니다. 나무 그루터기가 길을 막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인화돈대를 봐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낯선 사람들이 온 것을 보고 동네 개들이 요란스레 짖어댑니다. 개가 짖는 걸 듣고 동네 사람이 나와서 소리를 지릅니다. "무슨 일인데 그쪽으로 올라가는 거요? 남의 동네에 와서 뭐 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