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 3회 3시 STOP 조기퇴근시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피켔을 들고 있다. 직장에서 직접 듣고 겪었던 성차별적 언행을 드러내고 이를 문제제기 하는 발언을 하고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자가 겪는 차별, '구조적 성차별'
- 현재 일하고 있는 서비스 직종의 경우 성차별이 더 심하다고 하잖아요. 실제로는 어떤 성차별이 있나요?
"서비스 업종에서 근무를 계속했는데, 이 계열만의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같은 부서 같은 업무를 하더라고 여성노동자에게는 과한 친절을 요구해요. 그리고 복장 규정 자체도 굉장히 성차별적이에요. 남성노동자에게 요구되는 규정은 '단정' 수준이에요. 검은색 구두, 면도, 단정한 헤어스타일 정도로 되어있어요. 남성노동자에 대한 내용이 1장이라면 여성노동자에 대한 내용은 3장이에요. 귀걸이 크기와 종류, 스타킹 색깔(살구색), 구두 굽 높이, 과도한 색조화장 금지, 코랄이나 핑크 계열의 립스틱 사용, 헤어스타일(쪽 머리, 머리 볼륨 등)에 대한 내용이 아주 세세하게 적혀있어요. 남성들도 메이크업과 액세서리를 할 수 있는 건데 그에 대한 규정은 없어요. 그리고 여성에게는 면도에 대한 규정이 없어요. 면도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이 할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제모를 한다는 인식때문에 그래요.
이 계열에서 복장 규정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상대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이 지적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지적하고 관리, 감독하는 고위직은 거의 남성노동자인데 이러한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성차별을 악화시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업무를 하는 남자 사수가 제게 "너는 왜 쿠션어를 안 써?"라며 지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게 지적한 그 남자 사수는 쿠션어(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해야 할 경우 좀더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을 가리킨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를 전혀 쓰고 있지 않았어요."
- 서비스 업종이 성차별이 더 많이, 쉽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잖아요. 계속 같은 계열에서 근무한다는 것에 두려움이나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이 일을 좋아하고 오래 하고 싶어요. 그런데 성차별 때문에 두려워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될까봐, 내 의지와 상관없이 퇴직하게 될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성차별이 일어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서 안 좋게 그만두게 된다면 이 계열에서 다시 취업하기 힘들어져요. 그래서 부당한 일이 있어도 강하게 말하지 못하고 퇴사할 때도 좋게 마무리하려고 해요. 면접 과정 중에 서류 합격 후 이전 회사에 연락해서 지원자에 대해 확인하니까요."
- 모든 여성노동자들이 같은 고민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직업군에 따라, 노동환경에 따라 조금씩 상황만 다를 뿐 채용 성차별, 유리천장, 경력단절 등 성차별 상황에 계속 놓이고 있어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성차별은 이제 없다, 여성가족부도 폐지해야 한다, 성별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다, 등의 이야기들이 있어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게 단순히 우기고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세계적인 통계만 봐도 대한민국 성차별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에요. 성차별 문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어요. 데이트 폭력 사건만 봐도 대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이에요. 임원직의 여성 비율만 봐도 알 수 있고, 권고사직의 사유도 회사 측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결혼, 임신, 출산'이라고 실제로 듣고 있어요. 현실을, 사회를 제대로 보고 계신 분들의 발언인지 궁금하네요."
- 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와 차별, 성차별 현실을 외면하는 사회와 정부에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그저 '평등'해지고 싶다는 주장을 비난하고 외면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사실, 지속해서 성평등을 외치고 요구해 왔지만 바뀌지 않는 사회를 보며 무력감이 들기도 해요. '여성 상위시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을 원하는 거잖아요? 너무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외면하고 나아지지 않는지... '페미니스트도 국민이다', '같이 사람답게 살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 같은 세대의 여성노동자, 친구,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내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권리와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유별난 게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 거지. 질타를 받을 일이 아니에요. 물론, 두려운 마음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혼자가 아닌 다 같이, 함께 할 때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고, 정말 당당하게 내 권리를 찾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부모님 세대는 우리보다 성차별적 상황들에 있어서 더 수용적이고, 익숙해져 있어요. 이제는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우리가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90년대생 D씨의 노동 경험은 입직 과정부터 부당하다.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채용 과정에서 하나의 스펙이 되고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배치와 승진 차별을 경험한다. 이러한 현실은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갖게 한다. D씨는 2022 여성노동자가 제안하는 대선 의제 중 <성평등한 일터 :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우선 과제로 꼽는다. 성별임금격차는 D가 경험한 노동과정 전반의 차별의 결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고, D와 같은 여성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이 사라진 성평등한 사회다. 여성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일하고 싶다는 목소리에 이제 우리 사회가 응답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