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대선 패배를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일관되게 반(反)페미니즘 행보를 보이는 국민의힘과는 다르게 민주당은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반복했다. 이 후보는 <씨리얼> 인터뷰를 취소했다가 <닷페이스> 인터뷰에는 등장하고, 에펨코리아의 반페미니즘 글은 공유했지만 동의해서 공유한 건 아니라는 등의 변명, 성평등 정책질의는 질의 주체를 골라가며 답변했던 점이 그랬다. 원칙이 없었다.
지난해 성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그 당에 권인숙·정춘숙 의원이 있다 한들 막을 수 없었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당헌을 바꿔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보냈고, 박영선과의 경선에서 우상호는 박원순에 대한 추모와 계승을 공개적으로 외쳤다. 박영선 후보는 막판까지 김용민TV, 고발뉴스 등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 변호사를 모욕·명예훼손했던 인사들과 공개적인 간담회를 가지며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그 기조는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졌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의심하는 글을 자주 올렸던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평화나무 이사장)은 대통령 선거에 대응하며 꾸준히 민주당을 향해 '페미니즘과 손절하고 이대남과 손잡으라'는 식의 이야기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했다. 이에 대한 제지가 있었던가? 원칙없이 표 계산을 하고,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본다.
2차가해 인사들 남아있던 이재명 측... '성차별 없다'던 윤석열 측
한편,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에서는 안희정 사건의 2차 가해자들이 여전히 직함을 달고 활동 중이었다.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는 2차 가해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후보의 캠프에 자정을 촉구했으나 민주당은 듣지 않았다. 이쯤 되면 민주당은 반성과 사과를 모르는 것 아닐까.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반페미니즘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운 후보는 나의 선택지에 있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폐지에서 시작해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개인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는 발언, 또 김건희씨가 통화 녹음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바람 피운 행위'로 폄하한 것이 드러나자 피해자 김지은씨는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또 공약집에 버젓이 포함됐다 삭제된 여성혐오적 용어 '오또케'나, 이준석 대표가 비꼬며 활용했던 여성혐오적 단어인 '해줘' 등 온갖 혐오 용어의 등장과 기존 용어의 오용이 난무했다. 그 이후로도 최저임금제 폐지 거론이나 주120시간 노동, 월 150만 원 등 사상 초유의 반노동적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을까 청년으로서 의아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성평등·노동 정책'이 잘 준비됐던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선거 기간 김지은씨를 만난 대통령 후보도 심 후보가 유일했다. 미투운동은 전세계적인 운동이었고,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성폭력을 고발하고 연대할 수 있는 힘을 준 운동이었다. 미투운동 집회에 한 번이라도 참석해봤다면, 피해자들의 절규를 들어봤다면, 이를 무시하고 외면한 정치세력에는 투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