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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승자' 안철수의 내일은... 인수위원장? 국무총리?

단일화 합의로 인수위 지분, 지선 공천 영향력 등 확보... '시험대' 놓였다는 지적도

등록 2022.03.10 13:22수정 2022.03.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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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해진 10일 새벽.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있었다. 그의 자리는 미리 마련돼 있던 윤 당선인 자리 옆이었다.

다들 '윤석열' 이름이 박힌 선거운동 점퍼를 입고 있는 가운데, 정장을 입은 윤 당선인과 안 대표의 모습은 도드라졌다. 특히 단일화 선언 전 TV토론 때처럼 자주색 넥타이에 검은 색 정장까지 쌍둥이 같은 모습이었다. 윤 당선인은 상황실 도착 직후 안 대표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안 대표는 따로 낸 당선 축하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드러냈다.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었고, 마침내 윤석열 후보와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이뤘다"며 "윤 당선자와 힘을 모아 공정과 상식의 대한민국, 그리고 미래와 국민통합으로 가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이번 대선 레이스의 또 다른 승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대목들이었다.

2022년 단일화는 10년 전과 달랐다

"또 철수(撤收) 정치냐"란 안팎의 비판을 받았지만, 안철수 대표의 이번 단일화 결정은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2012년 대선 땐 무소속 출마선언 66일 만에 단일화를 택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 18일 간 협상을 벌였지만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는 내지 못했다. 안 대표는 그해 11월 23일, 그는 "후보직 전격 사퇴와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개인적 결단 방식의 단일화였고 선거 후 지분에 대한 논의도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결단하되 선거 후 지분에 대한 '합의'가 존재했다. 그는 지난 3일 후보직 사퇴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발표하면서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결과의 확장판이다. 안 대표는 당시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해 후보직을 내려놨지만 단일화 파트너였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동운영'을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추천하는 등 시정 운영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안 대표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새 정부의 '조각(組閣 : 내각을 조직)'은 물론, 올 6월 예정된 지방선거 때 집권여당 공천권과 관련해서도 일정 지분을 얻게 된 셈이다.

특히 '정치인 안철수' 개인의 스펙을 확장할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안 대표는 단일화 선언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그런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라며 "그러다 보니 국민들께 체감할 수 있는 그런 변화를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국민에게 각인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자리'를 획득해 자신의 존재감을 더 키우겠단 뜻이다(관련 기사: 죄송하다는 안철수의 변 "내가 행정 기회 갖지 못했다").

장미빛 전망 속 '또 다른 시험대' 놓였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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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당장, 안철수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기초를 만드는 책임자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 당선인은 이날(10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아직 인수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면서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안 대표는 우리 당과 그리고 정부에 중요한 도움을 주시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불가능한 건 아니란 얘기도 나온다. 권성동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어차피 (단일화 합의 때) '공동인수위-공동정부'라고 약속한 만큼 (윤석열·안철수) 두 분께서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안 대표가) 본인 의지가 있다면, 성과를 낼 자신이 있다면 (인수위원장을) 맡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안 대표가 굳이 인수위원장을 맡지 않더라도 다른 자리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일단 인수위로 갈 것 같다. 인수위 상임부위원장이 상징적이고 의미가 있다. 인수위 성격과 방향을 정하고 향후 청와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며 "윤 당선인도 정부 운영에 있어서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안 대표 쪽에서도 지분 및 정치적 자산을 위해서라도 인수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를 안 대표가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즉 초대 국무총리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윤 당선인과 함께 국정운영의 동반자 역할을 함으로써 정치적인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보인다"며 "총리직을 담당하면 안 대표 본인이 경험치 못한 행정경험을 갖출 수 있고 차기 정권의 상징적인 2인자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차기 대통령으로 출마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소장은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고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되더라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존재하는 국회에서부터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안 대표로서는 계속된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윤석열 #국무총리 #인수위원장 #단일화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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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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