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다리 너머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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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무지개 다리 너머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기를 바란다. 반려동물 입양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반려동물의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활발한 논의는 고사하고 구할 수 있는 정보조차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반려동물의 장례를 떠올려보자. 반려동물의 마지막, 어떻게 보내주어야 할까?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싶지만 이 방법은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한국에서 불법이다. 적법한 절차는 세 가지다. 동물병원에서 의료용 폐기물로 처리를 하거나,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동물 장묘 업체에 맡기거나,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그러나 누가 가족을 폐기물이나 쓰레기봉투로 보내고 싶을까. 합법적인 동물 장묘 업체에 맡기는 것이 최선일 테다. 하지만 지방, 특히 제주에서는 그마저도 선택이 어렵다. 제주에는 동물 장묘 시설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에서 최근 부지를 확보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기사를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천만 명이 넘는다는데, 무지개 다리 너머의 이야기는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실제로 이 글을 쓰는 날을 기준으로, 한 포털 사이트에 '반려동물 입양'을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니 약3만 6300건이 집계된다. 반면 '반려동물 죽음'을 키워드로 찾은 기사는 5810건, '펫로스'는 1420건에 불과하다.
노묘 두 마리와 사는 나 역시 내 고양이와 헤어지는 일은 떠올리기조차 두렵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마지막을 맞이하는 건 더더욱 두렵다. 알지 못하는 세계 앞에서 무력할 때면 책과 사람을 찾는다.
피터 게더스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를 도서관에서 빌려 고양이 노튼의 투병기와 마지막 순간을 읽는다. 또 먼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주변인들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언젠가는 펫로스를 겪는 사람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꾸리고 싶다. 무지개 다리와 고양이 별, 강아지 별에 대해 말하는 안전한 공간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용감한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