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반전평화 운동'만이 희망이다

[주장] 러시아는 침략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

등록 2022.03.14 18:01수정 2022.03.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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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공원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공원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모든 전쟁의 제일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라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나날들이다. 한편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프로파간다가,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을 이용하려는 서방과 미국의 프로파간다가 진실을 가리고 있다. 먼저 푸틴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폭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온갖 왜곡된 논리와 가짜뉴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논리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후세인의 독재와 민간인 학살을 해결하기 하기 위해 침략이 필요하다는 과거 미국의 논리와 판박이다. 후세인이 독재자라는 것은 사실이기도 했지만, 젤렌스키 정부는 친서방 중도우파였지 나치는 아니었다.

신나치 세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아직 힘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푸틴 정부야말로 여성 차별, 동성애 억압, 인종주의, 군국주의를 통해서 국제적인 신나치와 극우세력들에게 '백인의 구세자'라며 지지를 받았었다. 트럼프도 푸틴을 좋아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민스크 협정을 지키지 않아서 전쟁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도 구차한 변명이다. 그렇게 따지면 러시아도 부다페스트 협정을 지키지 않았고, 무엇보다 베르사이유 조약이 문제가 있었다고 히틀러의 폴란드 침략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도 과장돼 있다. 이곳의 정부들은 단지 일방적 피해자가 아니라 러시아를 등에 업고 노조 등 기층운동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소련 몰락 후 국민투표에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도 러시아로부터 독립에 80%가 넘는 찬성표가 나왔었다.

따라서 지금 러시아가 이 지역 등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분단시키려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특히 미국과 소련에 의해 강제 분단된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 이것은 우크라이나 민중의 걱정과 울분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지금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받아들이는 일부 좌파들은 자신들의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원칙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스스로 떠받들어 온 레닌 등의 입장과도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레닌은 '영국에게 아일랜드가 있었다면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소민족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가 러시아와 합병해야 하는지 아니면 독립 공화국을 구성해야 하는지 여부는 우크라이나의 노동자 농민들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한 국가 간의 연합,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가하는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연합, 자유로운 마음에 기반을 둔 연합을 원한다."(다만, 레닌의 이런 입장은 시행착오와 비판,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민중 투쟁의 압력 속에서 변화한 것이다.)
 

지금, 푸틴은 이런 과거 레닌의 노선을 정면 부정하면서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나서고 있다. 언론에 "전쟁"이란 단어도 사용을 금지시키고 "특수 작전"이라는 중립적 용어를 강요하고 있다. 반전 시위대를 대거 체포하고 구속하고 있다. 결국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과 러시아 프로파간다들이 말하는 구차한 명분 때문이 아니라, 대러시아 국수주의와 패권적 제국주의가 진정한 이유다.

물론 이런 러시아의 잘못과 문제점이 그 반대편에서, 일방적으로 푸틴과 러시아만을 악마화하면서 편 가르기와 줄서기를 강요하는 미국과 서방의 지배자들과 그들의 프로파간다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지금 서방 제국주의와 나토 확장에 대한 어떤 비판도 '친러시아'라고 낙인찍으면서 침묵과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노동당의 좌파 의원들은 나토를 비판하면 제명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난 반세기 동안 침략, 폭격, 전쟁, 무고한 제3세계 민중 학살을 더 많이 해 온 것은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다.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미 베트남전 때부터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큰 폭력의 제공자"라고 했다. 독일 좌파당의 창립자인 오스카 라퐁텐은 '세상에는 많은 갱단이 있지만 그들이 초래한 죽음을 계산하면 워싱턴의 범죄 갱단이 최악'이라고 했다.

'푸틴은 정상이 아니고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비합리적, 비이성적인 지도자'라는 서방 언론들의 호들갑도 뒤집어 봐야 한다. 그러면 9.11 이후에 아프간 침공과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던 조지 부시는 이성적이었을까. 지금, 러시아 유학생들까지 추방하고, 푸틴을 암살하고,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자는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은 합리적이었을까.

이번을 기회삼아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군비를 증강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자는 독일과 일본 정치인들을 주장은 이성적일까. 선제타격과 사드배치를 말하는 윤석열은 '정상'인 걸까. 그것은 모두 경쟁하는 자본들, 대결하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다. 손 놓고 있거나 뒤처지면 패배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경쟁 속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 자본가과 개별 국가 지배자들의 입장에서는 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전체로서의 이 세계를 더욱 위험하고 파괴적인 곳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메카니즘이 낳는 결과이다.

지금 정말 합리적인 것은 지금 당장 이 침략과 폭격을 중단하고 러시아 군대를 철수시키는 것이다. 나토의 확장과 군비증강도 중단돼야 한다. 러시아와 미국 모두 당장 '핵확산 방지 조약'에 가입해야 한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이 여기서 빠져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모든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오커스와 쿼드 등 상대방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려는 시도를 폐기해야 한다.

지금 러시아를 비난하는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의 입장이 진실이라면, 앞으로 자신들도 다시는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무엇보다 난민에게 닫았던 국경을 열고 모든 난민들을 수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등 제3세계에 강요하던 부채도 탕감해줘야 한다. 더 이상 석유와 화석연료로 인한 패권 다툼과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생에너지로의 녹색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

지금 가장 큰 희망은 러시아 국내에서 극심한 탄압과 위험을 무릅쓰고 1만여 명이 잡혀가면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반전운동이다. 또 우크라이나 민중의 굴하지 않는 저항이다. 작고 가난한 나라였던 베트남이 최강대국 미국을 물리친 힘도 베트남 민중의 전국적 저항, 미국과 전세계에서의 반전운동, 미군 병사들의 탈영과 명령 거부였다.

그런 힘들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지금은 핵을 가진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고, 그것에 또 다른 핵을 가진 강대국이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3차 세계대전에서 인류가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4차 세계대전에서는 돌멩이와 막대기를 들고 싸울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나는 이 세상에 독재자, 과두 정치인, 전쟁광들보다 우리가 더 많다는 것을 상기한다. 한 깡패 집단에 대한 우리의 유일한 보호 수단이 다른 깡패집단의 전쟁기계일뿐인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세계적 운동에 있다. 평화의 세계로 가려면 우리 모두는 모든 곳에서 전쟁에 맞서야 하고, 그 단결은 국제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최근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 앞으로 전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우크라이나 여성 예술가의 목소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반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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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며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실행위원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여기서 봐 주세요. http://anotherworld.kr/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4673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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