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출근, 마중 나온 김한길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오전 김한길 국민통합위워회 위원장의 마중을 받으면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최근 윤석열 인수위 관계자가 군 인사 기조에 대해 "비육사와 육사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정치권의 개입"이라며 "최대한 군에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사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말했다(채널A, 3월 16일 보도). 군에 관심이 적은 일반인에겐 평이하고 당연한 언급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의 군 인사 기조인 '비육사 위주 중용'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국방·안보·병역 의무 관련 분야의 큰 영향이 예상된다.
필자와 가까운 '비육사' 출신 예비역 군인들은 큰 우려를 갖고 이 사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군 장성 인사는 임관 출신간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공정의 문제이고, 나아가 정치군인에 의한 군사반란·친위쿠데타 저지 그리고 남북문제와 한반도 국가안전보장과 연관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수언론 지면에 '군심' '군 내부'라고 언급되는 고위급 장교들의 전언은 사실상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뜻해 실제 우리 군의 대다수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2018년 12월 16일 <경향신문>에 소개된 김아무개 예비역 대령(육사 41기)의 편지에는 '육사 출신 군인이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이며 '보수·우익에 충성하는 것이 정치중립은 아니'라고 육사 동문들을 향해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육사 출신 군인이라고 해 반드시 보수·우익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특정 임관출신으로 구성된 장교단은 일반 국민과 분리돼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례를 이미 경험했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전역한 학군 출신 A대령은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인사평가를 담당하는 장교들은 대부분 육사 출신이다. 능력을 갖추려면 다양하고 깊은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이른바 '일반장교(육사 출신이 비육사 출신을 지칭하는 말)'들이 과연 그런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을까?
육사출신은 평균만 되어도 진급하지만 학군·학사·삼사 출신은 정말 뛰어나도 여러가지 무리수를 두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무리해 진급해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해서 행복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학군 출신 몇 명이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을 맡아도 공정성이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들의 생각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육사 출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크게 문제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비육사 출신이 말실수라도 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는다. 부사관들도 힘이 있는 육사 출신 편에 서 있다. 학군 출신 참모총장에게 하극상을 일삼은 주임원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도 육사출신은 자기들의 몫을 빼앗겼다고 여긴다. 그들에게 미국 군부의 다양한 임관출신들이 차별없이 진급하는 것을 말한 들 소용이 없다. 정권이 바뀌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결과적으로 새 정부는 육사 출신을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군의 단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공정은 새 정부의 화두다. 일각에서는 병사들의 복무기간, 급여, 휴대전화 등과 관련해 처우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특정 출신 장성들이 기득권을 형성하면 그 영향력은 나비효과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의 신중한 정책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