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수선화하나의 꽃대에 여러 송이의 꽃이 달리며 향이 짙은 편이다.
홍광석
한 점의 겨울 마음 송이송이 둥글어라 / 一點冬心朶朶圓 (일점동심타타원)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차갑고도 빼어났네. / 品於幽澹冷雋邊 (품어유담냉준변)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뜨락을 못 면했는데 / 梅高猶未離庭砌 (매고유미이정체)
맑은 물에 해탈한 신선을 정말 보는구나. / 淸水眞看解脫仙 (청수진간해탈선)
인터넷을 뒤적이다 수선화를 아주 좋아하여 중국에 가는 사신에게 종자를 구하고자 했다는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만났다. 위의 시가 제주도 귀양살이 중 우리 토종 수선화를 발견하고 남겼던 작품이라는 증거는 없으나, 애지중지하였다는 일화와 함께 기억하고 싶어 소개한다.
제주도가 원산지인 향수선화는 이름 그대로 향기가 짙다. 하나의 꽃대에 두세 송이의 꽃을 선보이며 또 꽃이 오래 가는 귀한 식물이기에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가까이 하려면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로사의 정원에는 키가 작지만 다른 수선화에 비해 일찍 피면서 꽃이 똘망똘망하한, 일명 '떼떼수선화'가 한창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수선화는 이제 피기 시작하고 있다. 일경다화(一莖多花), 즉 하나의 꽃대에 서너 송이의 꽃이 피는 하얀색 수선화도 곧 뒤를 이을 것이다.
어린 싹이 아직 얼어 있는, 자신의 몸무게보다 수십 배 무거운 흙을 박차고 나오는 수선화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기적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리지어 피는 수선화에서 봄 길을 밝히는 황금색 등불을 보았다. 세심한 관찰은 마음의 여유 없이 안 되는 일이고, 관찰은 의문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기초라고 하지만 수선화를 보면 "그냥 좋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