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가결 중인 국회의원들 모습.
공동취재사진
둘째,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2006년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소수정당을 비롯한 여러 세력의 정치참여 확대로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함에 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이 거대양당은 기초의원 3~4인을 뽑는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잘게 쪼개어 중선거구제 도입의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를 전국 곳곳에서 자행했다.
서울시의회는 동대문구의 4인 선거구 3곳을 2인 선거구로 모두 분할했고, 인천시의회도 4인 선거구 8곳을 모두 2인 선거구로 바꿨다. 강원도 또한 춘천의 4인 선거구를 2개로 쪼갰으며, 대구에서도 4인 선거구 6곳을 모두 2인 선거구로 나눴고, 울산도 전북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났다.
2018년 3월 19일 당시 대구시의회는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위원회가 만든 획정안을 무시하고 기초의원 4인 선거구 6곳을 모두 2인 선거구 12곳으로 쪼갰다.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했지만, 시의회 78%를 차지한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4인 선거구를 모두 쪼개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대구시의회는 자유한국당 21명, 바른미래당 4명, 더불어민주당 1명, 대한애국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표결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다른 정당 시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대구시의회는 2006년 중선거구제가 도입된 이래 2006년, 2010년, 2018년 세 번의 지방선거에서 선거구획정 위원회의 획정안을 무시하고 4인 선거구 쪼개기를 해왔다.
이처럼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는 현행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 정치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이자 거대양당의 탐욕을 드러내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18년 지방선거의 기억... 정치개혁 가로막는 게 누군가
2018년의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당선자를 살펴보면 전국에 걸쳐 2926명의 기초의원 의석의 56%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4.5%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가져가서 거대양당이 90%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의석도 5.9%를 무소속 후보가 가져가고, 소수 정당인 민주평화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중당은 1%~0%대의 정당 지지율에도 턱없이 부족한 의석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불공정하며 주권자인 국민의 표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선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훼손한 거대 정당들의 횡포 때문이다.
이제 곧 선거구 획정을 해야만 하는 시한이 돌아오고 있다. 얼마 전 초박빙 대결의 대선 과정에서 1%라도 아쉬운 민주당이 뒤늦게 정치개혁과 다당제를 약속하는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주위의 시선은 싸늘했다. 과거에도 거대양당의 정치개혁 약속은 선거 시에만 반짝하고 드러났다가 다시 수그러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선거구 획정에서 우리는 민주당의 진심과 대한민국의 정치개혁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하나의 선거구에서 최소 3인의 기초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정치개혁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는 기초의회 원리상 맞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 기초의원을 2명씩 뽑는데도 선거구 면적이 넓어서 의원들이 주민의 삶을 밀착해 돌보기 어렵다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선거 때 정의당, 국민의당과 어떻게든 해보려고 민주당이 던진 것이고 선거 전략으로 던진 카드를 실제 하자고 덤벼들면 어쩌냐는 등의 조롱도 들린다.
똑바로 아시라. 기초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주민의 삶만을 밀착해 돌보는 우리 동네만의 도우미가 아니다. 지역구를 포함한 자신이 속한 기초자치단체 전체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을 살피고, 그 전체 주민을 대신하여 기초자치단체의 중요 사항을 최종 심의하고 결정하는 대리인이다.
6.1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부터 제대로 하라